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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우한폐렴) 장기화로 해외건설시장 수주절벽에 시달리던 국내건설업계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사 아람코가 앞으로 3년간 신규계약 50건을 체결하기로 한 것이다. 오일머니가 넘쳐나는 사우디 건설시장은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과 함께 국내 건설업계의 정통 수주텃밭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다만 코로나19와 원유가격 폭락 등으로 지난해 아람코 실적이 곤두박질 친 점을 감안하면 마냥 편치만 않다.
30일 해외건설협회 한-UAE인프라협력센터에 따르면 아람코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석유·가스 36건 △토목·인프라 12건 △전기·보안 2건 등 프로젝트당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신규계약 50건을 입찰할 예정이다.
아람코는 지난 22일 개최된 '사우디 미래프로젝트 포럼'에서 향후 프로젝트와 관련 △가스처리시설 △생산·유통 △해양인프라 △오프쇼어시설 △석유처리시설 △토목인프라 등 6개 마켓세그먼트로 구분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 원유가가 폭락했고 이로인해 아람코 실적도 덩달아 불안정해졌다는 점이다.
실제 아람코는 올해 자본지출을 기존 발표보다 낮은 350억달러로 한정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아람코 순이익은 490억달러(약 55조3700억원)로 전년 882억달러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과거에도 아람코의 무리한 발주로 국내 건설업계가 휘청했다는 점이 개운치 않은 구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6년간 국내건설업계는 아람코로부터 총 50건, 약 208억5000만달러(22조1200억원)를 수주했지만 까다로운 공정과 늘어진 공기탓에 손실만 눈덩이처럼 커진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해당기간 동안 아람코 발주물량 10건을 수주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샤이바 가스전 프로젝트에만 약 2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쥬베일 정유플랜트 경우에는 프로젝트 도중 아람코가 설계변경을 요구해 2000억원 가량 추가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그럼에도 국내건설업계가 아람코 발주물량을 수주하려고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람코의 공사자격요건과 공정관리가 까다롭다는 점이 세계시장에 익히 알려지면서 아람코 프로젝트 수주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건설사들 기술력이 아람코 실적을 쌓기 위해 저가수주를 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면서 "입찰전 적정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수주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