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펀드 가입 시 모바일 적극 활용자산운용사 직판 앱 통해 가입 편의성 제고경영진 펀드운용 철학 동학개미 긍정적 전파
  •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펀드 직접판매(직판) 모델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재테크 시장에서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존재감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가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를 사로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20년) 온라인 펀드 순자산은 42% 늘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는 5% 성장했다. 2020년 기준 전체 공모시장은 32조 증가했으며, 이 중 56%(16조원)가 온라인 채널로 유입됐다. 

    전자금융의 핵심 고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모바일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점이 주목된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20~30대 직장인’과 동의어로 불린다. 핀테크(금융 기술) 등 새로운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고 적극적인 학습을 통해 체계적인 투자를 하는 점이 특징이다.

    MZ세대의 부상은 재테크 시장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더한 요인이다. 자산운용업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펀드 직판에 나서면서 MZ세대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11일 직판 앱 파인(PINE, Personal INvestment Enabler)을 출시했다. 34년간 축적된 운용 전문성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 디지털금융 서비스로서, 펀드 투자를 통한 종합자산관리와 금융 학습이 가능한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한다. 펀드에 부가되는 판매 수수료는 없으며, 판매 보수도 업계 최저다. 

    파인의 핵심 타깃은 MZ세대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대거 유입된 2030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나아가 건전하고 선량한 투자 문화를 이끄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과감하게 투자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 니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새 진용도 갖췄다. 디지털전략본부 산하 정보시스템팀, ICT개발팀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체 개발 인력을 보유한 운용사로서 새로운 기술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최초 금융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점도 강점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버로 고객이 급격히 유입되거나 새로운 연결을 위해 서버 공간이 필요한 경우 셋팅 절차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금융 클라우드를 사용하게 되면 즉시 증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서비스할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간 모바일 앱을 이용해 펀드 시장 활성화 노력을 꾸준히 이어온 곳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이다. 경영진의 펀드 운용 철학을 그대로 반영해 일찌감치 모바일 직판에 나섰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작년 10월 자사 펀드를 모바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펀드 가입 앱 ‘에셋플러스’를 선보였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2008년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업계 최초로 펀드 직판을 시작한 곳이다.

    세계적 가치 투자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당시 간담회 자리에서 “그간 펀드 직판을 시도했지만 고객 접근성에 대한 문제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며 “비대면 실명 확인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진정한 의미의 펀드 직접판매 구현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에셋플러스는 계좌개설과 펀드가입, 사후 관리 등 기능에 집중한 펀드 매매 특화 앱으로서, 일반 펀드뿐 아니라 연금펀드계좌 개설 및 가입, 연금계좌이전 등도 가능하다. 특히 개인연금펀드 가입 편의성에 역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에셋플러스 누적 계좌수는 3000개 수준으로 금액은 300억원에 달한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관계자는 “MTS를 통해 유입되는 직접적인 효과와 자사 펀드 투자, 연금계좌를 통해 유입되는 것이 더해져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펀드 직판을 위한 모바일 앱을 가장 처음으로 개발한 곳은 메리츠자산운용이다. 자체제작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높인 카카오뱅크를 벤치마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투자는 심플해야 한다'는 존리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2018년 4월 어플 출시 이후 직판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은 꾸준히 늘어났다. 2019년말까지 1만7063좌를 모집하는 데 그쳤으나 작년 말 기준 15만좌를 넘어섰다.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도 존리 대표가 각종 방송, 유튜브 채널 등에서 주식 투자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뒤 생긴 변화다. 

    운용사의 직접 펀드판매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 영업실적 부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판매사 리스크가 원천 차단되고, 펀드 전문가인 운용사가 시장상황과 투자자에게 적합한 펀드를 직접 선별해 제공한다. 

    더욱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고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한다. 장기투자 원칙과 별개로 판매사의 요구에 만들어진 펀드 등이다. 고객과 소통하지 않은 채 설명 의무를 판매사에게 전가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때문에 운용사 직판 서비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시각이다. 

    올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오프라인 펀드 가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등 고객 불편이 커진 점도 직판 앱 흥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해석된다. 직판 앱으로 가입하면 소요 시간을 10분 가량으로 단축할 수 있다.

    운용사의 모바일 직판 서비스가 저렴한 보수, 정확한 정보 제공 등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고객 유입을 둘러싼 회의적 시선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 시장에서 재미를 본 동학개미들을 펀드 투자에 눈 돌리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서 사모펀드 사태로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했으며, 회복하기까지 상당 시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