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콜롬비아씨티 매각 철회 후 2년뒤 재매각 성공""해외사례 참고해야…성급한 부분매각, 직원‧고객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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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 발표 후 통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는 소매금융 철수를 서둘러서는 안된다며 철수 계획을 접었다가 추후 재매각하자고 주장했다. 

    2일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부분매각과 청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 인수자가 없을 경우 수년간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은 현재 통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으나, 경쟁력과 리스크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통매각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분리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상황이다. 

    이에 노조는 오는 3일 씨티은행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노조의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한국씨티은행은 연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금융기관으로 소비자금융 매각‧철수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며 “코로나 여파로 인수 가능 후보군의 대규모 투자 전략과 계획 수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인 인수 의향자가 나올 때까지 수년 이상 충분한 시간과 대책을 가지고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가 제시한 방안은 콜롬비아씨티 소매금융 통매각 사례다. 

    씨티그룹 제인프레이져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2016년 남미지역 매각‧철수 과정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한 번에 매각에 성공했으나 콜롬비아는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씨티그룹은 콜롬비아 철수 계획을 철회하고 대내외적 환경이 개선된 2년 뒤 매각에 성공했다.  

    노조는 지난 4월 정치경제연구소에 의뢰한 ‘2008년부터 진행된 씨티그룹 해외매각 사례(21개국)’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전 세계 소비자금융 철수시 고용승계를 포함한 전체매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2008년 독일 씨티은행 매각시 2년간 인수은행에서 씨티 브랜드를 사용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5년 일본 씨티은행 매각에서는 자국 내 2위 은행에 영업점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없이 전체매각하기도 했다. 

    진창근 위원장은 “씨티그룹의 성급한 전략에 맞춰 부분 매각 또는 자산 매각(청산)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한국씨티은행과 거래하는 200백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불편과 피해를 겪을 뿐 아니라 2000명 이상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각은 결코 시급하게 결정될 사안이 아니며, 이번 사태는 일개 금융기관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주권’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씨티은행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소비자금융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인 인수 의향자가 나올 때까지 수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금융위원회의 인허가 업무를 중단하고 인수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콜롬비아 씨티은행 사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