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전환사채 주식전환… 6000만주 시장으로산은 2.6조 차익 실현… 매각방식 따라 HMM 운명 갈릴 듯산은+정부기관 지분 37.05%… 3조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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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6000만주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HMM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매 분기실적 발표 때마다 발목을 잡던 파생상품 손실이라는 악재는 사라졌지만, 향후 산은의 주식 처분방식에 따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국적선사의 미래가 결정되는 불확실성은 커졌다.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의 주가는 10시 현재 전일대비 1850원(-4%) 떨어진 4만4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개장 직후 4만3350원까지 떨어지는 등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주가 약세는 전날인 14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발표한 CB에 대한 주식전환 입장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장마감 이후인 5시 "이익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우리가 국민 세금으로 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안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산은이 보유한 CB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 총 6000만주다. 시장에선 액면가 5000원 짜리 주식이 4만원 후반대까지 오른 만큼 주식전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예상대로 주식전환을 공식화하면서 부채 3000억원은 소멸하게 됐다. 9조원에 육박하는 전체 부채 중 3000억원은 큰 비중이 아니지만 실적에 반영되는 평가손실액은 더이상 잡히지 않게 된다.HMM은 1분기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CB에 대한 부채 평가손실 8649억원을 반영한 당기순이익은 1541억원에 그쳤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1분기 반영된 평가손실은 2분기 실적 순이익으로 대입된다. 증권가에서 HMM의 2분기 실적 전망치에서 영업이익은 1분기와 비슷한 1조원대로 보면서도 당기순이익은 2조 가까이 추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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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전환이 결정되면서 남은 것은 산은의 매각방식이다. 6000만 주는 기존 상장 주식의 17.6% 규모다. 이날 거래되는 4만4400원으로 따지면 2조6640억원에 달한다. 산은이 현재 보유한 HMM 지분 11.94%에 이를 더하면 25.9%로 뛰어오른다. 여기에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나머지 정부기관이 보유한 주식을 합치면 지분율은 37.05%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손에 쥘 수 있다. HMM 매각설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해운산업 재건의 결과물이 HMM인 만큼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긍정적 전망을 내는 쪽은 급등하는 실적 개선세를 내세운다. 해상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3700 선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이전 900 선에서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2조5000억원 수준이던 MHH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3조원 이상으로 상향했다. 일부 증권사는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파른 운임상승이 5월부터 적용되는 고정계약(SC)으로 이어져 당분간 실적 개선은 이어질 것"이라며 "물류대란이 이어지면서 해운기업 인수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어나 매각대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3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1년 새 10배 이상 급등해 몸값이 지나치게 불어난 것은 걸림돌이다. 매각설이 불거진 올해 초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매각대금은 1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주가가 더 오른 현재는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덕지덕지 붙은 부채와 이자도 부담하면서 이정도 현금을 동원할 국내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는 현대차그룹이나 포스코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매각과 관련해 접촉한 기업은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양한 검토 요인을 고려해 가면서 국가기간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안착시킬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