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내집마련 뺏는 정책, 反시장 규제 남발대출규제 불안심리로 일시적 신용대출 증가 우려 은행, 금융시장 논리 무시한 정치금융 폭주 비난
-
개인의 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의 200% 수준에서 연봉 수준으로 쪼그라든다.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긴급처방인데 대출 규제 강화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등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의 거래를 막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하고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는 연소득의 1.2∼2배 수준이다.금감원이 은행들에게 개인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주문한건 코로나19 발생 이후 벌써 두 번째다.금융당국은 20·30대를 중심으로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자산투자 목적의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이 주식시장의 과열을 부추기는 원인이라 지목했다. 은행들이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차주들을 상대로 과도한 신용대출을 해주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개인별 DSR 규제는 지난달부터 전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만 적용된다. 1억원 미만 신용대출 땐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15조2000억원이 늘어 전년 동월 대비 10.0%나 늘었는데 이 중 은행에서만 9조7000억원이 불었다.금융권과 부동산업계 등에서는 대출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신용대출이 주식이나 위험자산 투자 등 ‘빚투(빚내서 투자)’ 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나 전세 관련 자금 수요, 코로나19 관련 생활 안정자금 수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와 금융 건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저가 주택이라도 한 채 구매하려는 무주택자의 신용대출까지 막을 수 있어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며 “집을 사려 해도 집값이 올라 주택담보대출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신용대출로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경우가 있는데, 대출을 옥죄는 건 주택구입할 때 신용대출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전세난에 밀려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예상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파장이 예상된다”며 “내 집 한 칸을 갖고 싶은 이들의 대출 기회를 가로막는 서민 잡는 정책이자 현금부자만 집을 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은행들은 다른 은행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살펴가며 신용대출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시장논리는 무시한 채 정책이나 정치적 목적에 은행을 동원하는 ‘금융의 수단화’ 이른바 정권말 관치 금융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일각에서는 ‘대출이 막힐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로 오히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