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순이익 1조2043억원…업계 최초 순익 1조원 돌파사모펀드 보상 600억원 일회성 손실 비용 불구 호실적 지켜 정일문 연임 성공…IB·디지털·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 초점
  •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한국투자증권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만에 증권사 최초 순이익·영업이익이 동시에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거침없는 신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전통 강자인 투자은행(IB) 부문은 물론 자산관리(WM),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등 변화된 수익구조와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 순이익 1조원…취임 목표 달성한 정일문 사장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204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6.2%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21.1% 증가한 1조637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만에 증권업계 첫 순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순이익과 영업이익과 동시에 1조원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정일문 사장이 취임 당시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2019년 처음 임기를 시작한 정 대표는 취임사에서 1년 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뒤 3년 내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증권업계 1위 자리를 미래에셋으로부터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자체헤지 리스크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봐 미래에셋증권에 왕좌를 내준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위탁매매 부문과 IB 부문에서 실적 견인을 했다.

    특히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등 주식 및 채권 발행시장 전반에서 성과를 내며 IB 부문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지속적인 해외주식 활성화와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를 통해 위탁매매 부문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특히 지난 2분기 부실 사모펀드 전액 보상으로 충당금 약 600억원이 일회성 손실로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록한 호실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앞서 지난 6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판매책임에 사과하고, 부실 사모펀드 10개 상품에 대한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개월에 걸쳐 모든 보상 업무를 마무리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었다. 

    정일문 사장은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대명제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우선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부 보상기준을 강화했다.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항목을 대폭 확대했으며, 보상 제외 상품 기준 역시 새롭게 도입했다. 불완전 판매 재발 방지를 위해 상품 공급, 판매 관련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개선안도 내놨다.

    정 사장은 “금융권 영업과 투자 문화 개선에 기여하고, 업계 및 금융상품 전반의 신뢰 회복을 위한 역할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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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일문 1년 연임 성공…IB 부문 간 시너지 강화

    정일문 사장은 최근 연임에도 성공해 1년 더 사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공로와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964년생인 정 사장은 1988년부터 한국투자증권의 전신 격인 동원증권 IB본부에서 증권업에 몸담았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IB 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19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정 사장은 업계 내 최고 IB 전문가로 손꼽히는 만큼, 앞으로도 IB 부문 간 시너지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경영 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정 사장의 지휘 아래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에서 약진했다.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SD바이오센서, 롯데렌탈, 등의 상장 주관 및 인수를 맡아 보수를 챙겼으며, 현대자동차, LG화학, 기아 등 굵직한 ESG채권 발행 대표 주관을 맡았다. 

    회사는 내년에도 증권업 본업의 IB와 WM 체력 보강에 최우선으로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부문별 시너지를 강화했다. 

    해외 IB 사업은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해 정 대표가 직접 챙긴다. 글로벌사업본부장에는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빈센트 앤드류 제임스 상무를 영입했다. 

    IB2본부 산하 ECM부와 인수영업3부, PF그룹 산하 PF전략부도 각각 신설했다. 시너지 영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온라인 및 퇴직연금 등 리테일 부문 영업력 제고를 위해 ▲eBiz본부 ▲해외MTS개발담당 ▲연금전략담당을 신설했다. 홀세일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솔루션본부 산하 ▲투자솔루션영업담당 ▲대체솔루션부 ▲OCIO솔루션부를 신설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은 상대적으로 한국금융지주의 이익 경쟁력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지주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투자증권은 타사보다 IB 경쟁력이 높고, 전체 이익에서 IB 관련 수익 비중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에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대비 내년 이익 감소 폭은 9.1%로, 타 증권사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