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ESG 경영 선언한 게임업계ESG 경영 첫해 A등급 획득한 엔씨... 타 게임사 선례로 자리매김확률형 아이템 이슈 등의 사회적 논란은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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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씨소프트
    국내 게임사들이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시작한다.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속 중인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영 기준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 중 ESG 경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다.

    엔씨는 지난해 3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지속가능경영 강화를 위한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윤송이 CSO(최고전략책임자)가 위원장을 맡아 현재까지 ESG 경영 방향 및 전략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ESG 경영 비전과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엔씨소프트 ESG 플레이북 2020’을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엔씨의 기업가치인 ‘푸시, 플레이(PUSH, PLAY)’를 중심으로 수립된 경영 비전과 세부 활동이 담겨있다.

    엔씨의 이 같은 노력은 결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실시한 ESG 평가모델(MSCI ESG Rating)에서 ‘A’ 등급을 획득하며 국내 게임사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 지난해 ‘BBB’ 등급보다 상향된 평가로 글로벌 게임사 중에서도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또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실시한 ESG 평가에서도 종합 등급 ‘A(우수)’를 달성했다. 경영 강화와 정보 공개 확대로 국내 상장 게임사 중 유일하게 A 등급을 획득했다.

    엔씨의 ESG 경영은 타 게임사의 선례로 자리매김했다. 엔씨 이후 펄어비스, 컴투스 그룹의 ESG 경영 전담 조직 신설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넷마블이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넷마블은 올해 1분기 중으로 첫 지속경영가능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게임사들의 ESG 경영은 산업의 특징을 살린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ESG 경영을 선언하기 이전에도 3N(넥슨, 넷마블, 엔씨)의 경우 코딩 교육 같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하는 재단을 운영하며 사회 공헌에 나선 바 있다.

    게임사들에게 다소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는 환경 부문은 신사옥에서 해결책을 찾는 모양새다.

    지난해 신사옥 지타워(G-Tower)로 이전한 넷마블은 “신사옥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며 “친환경 인증 제품 및 재활용 가능 자원을 사용, 연간 53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타워는 2020년 녹색건축인증 최우수등급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을 인증받았다.

    을지로에 2026년 입주를 목표로 신사옥을 건립 중인 컴투스 역시 ESG 경영의 환경 부문을 고려해 친환경 사옥을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의 ESG 경영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로 게임업계는 지난해 초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비롯한 유저들과의 소통 부재로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넥슨이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오픈하는 등 게임사마다 자체적으로 확률을 공개하며 자정 노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ESG 세탁’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콘진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게임 내에서는 불투명하고 사행적인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시끄러운데 청소년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 비즈니스와 ESG 경영이 밀접한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분리돼 실행된다면 ESG 세탁의 위험이 발생한다”며 “게임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은 우선 게임을 통해, 게임 서비스 운영 과정을 통해 실천돼야 한다. 게임과 무관한 분야의 기부나 봉사활동은 그다음의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