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사 주고객… 환율에 민감삼성重 재무통 유광복 부사장 승진한조양, 재무전문가로 사외이사 꾸려
  • 지난해 폭풍 수주를 따내며 승승장구한 조선업계가 치솟는 환율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내수보다 해외 선사를 고객으로 하는 조선업은 환율 변동에 예민한 업종이다.

    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년5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과 함께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달러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계속되면서 달러에 지지력으로 작용함에 따라 환율 추가 상승 배팅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연준발 강달러를 재료 삼아 저항선 돌파 테스트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을 끌고 갈 것"이라고 했다.

    수출이 많은 조선업에서 고환율은 대체로 호재로 평가된다. 같은 가격에 선박을 팔아도 얻은 원화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변동폭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선박 대금은 발주 시점이 아닌 인도할 때 납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조선 3사는 2018년 역대 최악의 실적 가뭄을 겪으면서 1054원까지 떨어진 환율 타격까지 겹쳐 막대한 손실충당금을 반영해야 했다.
  •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은 재무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수주 계약을 맺은 선박을 건주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상환하는 시점에 따라 수익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척당 수억달러씩 오고가는 조선업은 탄탄한 자금조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이라며 "금리와 환율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인사를 통해 유광복 경영기획팀장을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재무팀장에 임명했다. 한양대 법학과 출신인 유 부사장은 감사팀장, 구매팀장 등을 거친 인사다. 탁월한 영업능력을 인정받는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와 손발을 맞출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거제 조선소 소장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중간지주 한국조선해양은 재무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외이사를 꾸렸다. 임석식 서울시립대 교수, 최혁 서울대 교수,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등 사외이사 3명 모두 회계 및 재무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임 교수를 위원장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재무 전략 마련에 관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조선산업이 수주한 선박은 1744만CGT(표준선환산톤수)에 달한다. 2013년 1845만CGT 이후 8년 만의 최대 실적이며 2020면 823만CGT 대비 112% 늘었다. 특히 전체 수주량 중 고부가가치 선박이 1252만CGT로 72%를 차지한다.

    잔뜩 수주받은 선박을 매출로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최대 효율을 끌어낼 재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우리 조선업은 2016년까지 해양플랜트 사업실패 등으로 대규모 적자사태를 겪었고 이후 수주 불황으로 재무적 상황이 개선되지 못한 상태"라며 "일본의 해사클러스터 모델과 같은 협력기구 설립을 통한 정부의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