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로 늘리면 채무비율 2%p쯤 상승…신평사 사정 이해 한계"文 "국회 합리적 대안 검토" vs 靑 "洪, 재정당국자로서 걱정한 것"큰폭 증액 어렵다 판단, 與와 샅바싸움 분석도… 레임덕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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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꽃샘 추경(추가경정예산)' 증액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탄력적인 증액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신용등급을 언급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 돈풀기에 혈안인 가운데 당정 간 증액 샅바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이 나온다.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의 추경 논의와 관련해 "신속한 지원이 생명인 만큼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정부도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가 뜻을 모아주신다면 정부는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추경 증액을 시사한 것의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김 총리의 증액 시사 발언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김 총리가 사전에 문 대통령과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여당 일각에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일단 청와대와 총리실이 추경 증액을 놓고 빚어진 여당과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의중이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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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날도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홍 부총리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무디스·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평가 전망'에 관해 묻자 "재정 준칙이 말로만 하고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되는 것과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이번 추경처럼, 소위 '컨트롤 바깥'(통제밖)에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신용평가 등급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우려를 거론하면서 적자국채 발행을 촉구하는 여당의 주장에 반격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특수고용노동자 등 사각지대를 메우려면 최소 35조원대로 추경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태도다.홍 부총리는 "지난 2∼3년간 (신평사들과) 협의해 본 바로는, 그래도 사정을 이해하고, 국가채무에 대해 정부가 역할을 하면서도 재정 당국이 (관리)노력을 병행한다는 것에 대해서 평가를 해줬는데,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지 않나 싶다"고 우려했다. 또한 홍 부총리는 여당의 35조원 증액에 대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포인트) 전후로 올라갈 것"이라면서 "재정여건 (문제도) 있고 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이 매우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세출 구조조정과 관련해 "연초에) 무작위로 가위로 자를 순 없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재원 마련 방안에도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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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부겸 총리도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오는 14일까지 추경을 처리하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