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단 공사중단, 조합은 '공사비 증액 의결' 취소갈등 장기화 조짐에 조합원 피해 우려 속속"전월세 연장 부담 커, 소송전서 승기 잡기 어려워"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간 갈등에 따라 공사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조합 내에서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공사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데다 자칫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커지자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현 집행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지난 17일 총회를 열고 2019년 12월 체결한 공사계약 변경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앞서 전임 조합 집행부는 시공사업단과 설계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늘린다는 계약을 맺었지만 현집행부는 해당 계약이 법이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지난 15일 0시를 기점으로 모든 공사일정이 중단됐다.

    조합측은 공사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질 경우 계약해지에 나서겠다는 초강수까지 꺼내든 상태다.

    이번 총회 결과를 두고 조합 관계자는 "전체 참석자 중 95%에 달하는 인원이 안건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이전 계약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공사업단과 타협의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 수순까지 갈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조합원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들은 사업차질에 따른 입주지연 가능성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임대차3법 시행 2년을 맞는 오는 8월부터는 전세시장 불안이 예상되는 만큼 전세가격 및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게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한 조합원은 "사업 일정이 연기돼도 상관없는 조합원들이 있는 반면 전세나 월세살이 연장을 걱정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다"며 "가뜩이나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입주예정일이 미뤄질 경우 세부담이 커지는데 집행부와 완강한 조합원들로 인해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조합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여받은 이주비는 1조28000억원 규모로 오는 7월 만기가 도래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주비 대출액은 2억~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출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자칫 이주비 대출액을 즉시 상환하거나 높은 이자율을 감수해야 할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또다른 조합원은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입주를 기다리는 조합원들"이라며 "결국 은행의 배만 불리는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소송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조합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조합 측은 지난달 21일 시공사업단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계약변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업단이 전면 공사중단을 선언한 것은 추후 법적공방 가능성까지 충분히 검토한후 내린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상당수 조합원들이 집행부 주장대로 법적공방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사실상 조합원들의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