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어 삼성-인텔 회동삼성·SK, 대규모 투자, '반도체 초강대국' 주도美 제재 지속, 한중간 메모리 기술격차 더 벌어져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후 '한미 반도체 동맹'이 강화되고 있지만, 최근 공격적 투자를 펼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제재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방한 중인 팻 겔싱어 인텔 CEO를 전날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 경영진은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세트 제품 분야에서도 협업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에는 최신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을 탑재해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며, 인텔의 고성능, 고효율 모바일 PC인증 제도인 '인텔 Evo 플랫폼' 인증도 획득했다.

    최근 삼성은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데이터 센터에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인터페이스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D램 기술을 개발하고 인텔의 데이터센터, 서버 플랫폼 등에서 검증을 마쳤다.

    데벤드라 다스 샤르마 인텔 표준 총괄 펠로우는 "CXL을 중심으로 강력한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회동은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으로 꼽히는 삼성 반도체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이들을 영접했다.

    한미 정상이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함께 방문한 것은 반도체를 통한 '한·미 경제안보 동맹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한미 반도체 동맹'을 강조하며 향후에도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 후 삼성은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여년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초격차'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파운드리도 선단공정 중심의 기술개발·투자를 통해 미래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도 오는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42조원이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 투입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팹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투자 대상이다.

    최근 중국이 국가 차원의 반도체 굴기에 나서며 매섭게 추격 중이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과의 협력 속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격차를 더 벌려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2014년 '직접회로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며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산업 규모는 2010년 1424억위안에서 2020년 8848억위안으로, 연평균 20%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10나노 1세대 D램 양산 이후 올해 2세대 D램 양산 추진 중인 반면, 한국은 연내 5세대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 세대당 기술격차가 2년에서 2년6개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과 중국 간 기술격차는 5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국 반도체기업의 경우 미국의 제재로 EUV(극자외선) 장비 도입이 어려워 한중간 기술격차 축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리 부문도 세계 5위 기업인 SMIC가 2020년 12월 미국의 제재대상에 포함되면서 10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를 위한 미국 장비·기술 등의 수출이 제한돼 7나노 이하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MIC의 기술력은 선도기업 대비 2~3세대 뒤진 14나노 수준에 정체돼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을 7나노 이하 공정이 견인하면서 중국의 세계 시장점유율도 현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2030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35%를 목표로 연 10조원 이상을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2022년 CAPEX(설비투자를 위한 자본지출)는 120억달러 내외로 예상된다.

    TSMC도 2025년까지 1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2022년 CAPEX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44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인텔도 지난해 겔싱어 CEO 취임 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발표, 향후 10년간 1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제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 메모리 제재를 강화할 경우 한중간 기술격차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운드리의 경우 중국의 공정기술은 삼성전자와 TSMC와 비교해 2~3세대 뒤쳐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선임연구원은 "중국기업은 후발주자로 수익성 확보 등이 어렵지만 중국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