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부문 탁월하지만 감독·예방 경험 부족하다는 평가역대 최연소 원장 타이틀…임원보다도 적은 나이 부담부원장 등 임원 물갈이 예상…안정 택할 것이란 의견도증권업계 "시장 친화적 검사 방향 뒤바뀔 가능성 걱정"
  • ▲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후 취임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의 새 수장 자리에 사상 최초 검사 출신 인물이 발탁되면서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검찰 시절 금융·조세 범죄 수사를 다수 진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주가 조작이나 횡령 등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으로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원장이 금융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부처와의 정책 조율을 잘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특히 금감원의 핵심 기능인 감독·예방 등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내부 의결을 통해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를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제청했다. 이 신임 원장은 이날 곧바로 취임식을 가졌다. 

    이 원장은 마지막까지 해당 자리를 놓고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과 각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이병래 부회장을 추천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측은 검찰 출신인 이복현 원장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처음인 만큼, 금융 분야 검사·조사와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의 수사가 활발해지고, 검찰과의 공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 검찰에서 오셨지만,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했고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 현안에 대해 잘 아실 것”이라며 “검찰 시절 금융 범죄 수사 전문가로 꼽혔던 만큼 각종 금융 범죄 척결에 힘쓸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금감원의 역할이 예방적 감독보다 사후적 검사와 처벌에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검사 기능에는 힘이 실릴 수는 있겠지만, 나머지 전문 영역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의구심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단순한 사정기관이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총괄 책임을 지고 있다”라며 “신임 원장이 위기 예방·감독 및 사후 대처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직원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특히 금리·물가 상승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 원장이 업무를 빠르게 파악하실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금감원장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1972년생인 이 원장은 올해 50세로 최연소 금감원장 타이틀도 가져가게 됐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가장 나이가 적은 원장이 선임된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부원장, 부원장보 등 임원은 물론이고 국장 등 부서장 중에서도 1972년생보다 젊은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례상 새로운 원장이 오시면 대다수 임원은 교체되곤 했다”라며 “전부를 갈아치우긴 어렵겠지만 많은 임원들이 자리를 비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금감원은 원장이 새로 부임하면 임원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조직을 재정비해온 관행이 있다. 정은보 전 금감원장도 지난해 8월 임기를 시작하면서 임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검사 기능 등이 강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금융 사건의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가 남발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며 “가뜩이나 증시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의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되지 않도록 사후 규제가 아닌 자율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전 감독이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직전 금감원을 이끈 정은보 전 원장이 제시한 시장 친화적인 검사 방향이 뒤바뀌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고강도 금융사 검사를 단행했던 윤석헌 전 원장 때와 비교해 지금이 더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