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의존도 등 주요 재무지표, 분할後 최저실적 2분기 연속 영업손실-매출도 16분기 최저계약해지-재시공-신규분양 차질…불안요소 가득
  • ▲ HDC현대산업개발. ⓒ이기륭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 ⓒ이기륭 기자
    이달말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올해초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사고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순위 하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지속적인 재무건전성 저하와 영업실적 부진에 해당사업장의 전면 재시공, 기수주 사업장의 계약해지, 주요 사업장의 신규 분양 및 착공 지연 등으로 추가 영업실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4년 14위 이후 8년만에 TOP 10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9일 현산의 분기보고서 분석결과 1분기 기준 차입금 및 부채규모는 2018년 5월 인적분할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차입금은 2조502억원으로 분할당시 5614억원에서 3배이상 뛰었다. 부채는 같은기간 2조9255억원에서 4조3242억원으로 47.8% 늘었다. 시공능력평가액 산정에 포함되는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도 73.9%(+44.5%p), 156%(+2.70%p)로 악화됐다.

    시평액 산정에 포함되는 또다른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화정 아이파크' 사고 반영에 따라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13.7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13.8배를 나타낸 바 있다.

    문제는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지난해 말 기준 2조8000억원 규모의 PF 유동화 증권 차환이 차질을 빚을 경우 재무건전성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차입금에 대한 기한이익의 상실 가능성이 잠재돼 있어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공모사채 발행 과정에서 작성된 인수계약서 등에는 '감독관청이 중요한 영업에 대해 정지 또는 취소처분을 내린 경우'에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영업정지 처분이 현실화할 경우 기발행 회사채의 기한이익이 상실됨으로써 사채권자의 요구에 따라 만기 이전에 회사채 등의 상환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PF 유동화 증권의 차환과 금융권의 일반차입금 조달 여건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산의 1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2020년 208%, 2021년 188%, 올해 165% 순으로 지속 저하되고 있으며 보유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2019년 1조4334억원에서 올 8441억원으로 41.1% 줄었다.

    때문에 신용평가업계에서도 현산의 유동성 대응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유동화 증권의 차환 여부, 사업장 진행 수준에 따른 부담 현실화 여부 등으로 인해 우발채무가 재무적 부담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문제는 부진한 영업실적이다. 최근 이어진 영업실적 저하에다 역성장할 요인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1분기 현산의 영업이익은 -941억원으로 2020년 4분기 1684억원 이후 5개 분기 연속 감소했으며 전분기 -162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분할이후 16분기 최저치인 6856억원에 그쳤다.

    가장 직접적인 영업실적 추가 침체 요인은 계약해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 상반기 △경기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대전동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부산 서금사재정비촉진A 재개발 △서울광진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사업 등 7건의 시공계약이 해지됐다.

    또한 현산과 컨소시엄으로 시공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기존 시공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컨소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잇따른 대형사고로 인해 주택 브랜드 인지도, 시공 역량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기확보된 사업에서 또다시 계약해지 요구가 발생하면 수주경쟁력의 추가 훼손이 우려된다.

    주요 예정사업장의 분양 진행 역시 우려된다. 올해 초 분양물량을 애초 2만가구로 계획했으나 사고 발생후 1만가구로 축소됐다. 계획된 분양물량이 추가 감소하거나 분양 일정 지연이 장기화해 정상적인 신규 분양이 어려워지면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다.

    최근 분양시장은 올들어 선거와 분양가상한제 개편,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침체한 만큼 주요 사업장의 착공 및 분양 일정 차질로 매출 인식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사고가 난 광주현장에 대해 전면 재시공을 결정함에 따라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도 여전하다. 현산은 해당 사고 손실 비용 가운데 1700억원을 지난해 회계에 반영했으며 올해 추가로 2000억원을 비용 처리할 예정이다.

    이밖에 여타 진행 사업에 대해서도 안전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금융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 있어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현산은 2000년대 들어 2014년을 제외하면 시평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이 기간 최고 순위는 2004년 4위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 시평액 자체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직전 3개년의 공사실적과 기술능력평가액으로 시평액이 산출되는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TOP 10'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꾸준한 수주로 계약잔액도 풍부하고, 일부 계약해지에 따른 PF 유동화 증권 규모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 실적이 받쳐준다면 'TOP 10'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