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핑 비선호 현상 도드라져… 최대규모 병원서도 2명만 가능근본적 문제 개선 시급, 제도 정비 필수적 병의협 “필수의료 전면적 개혁… 총체적 문제 드러난 것”
  • ▲ 서울아산병원 전경.
    ▲ 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 30대 간호사가 근무 중에 뇌출혈 증상이 나타났지만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전원 후 사망해 연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뇌출혈 외면’이라는 국내 의료체계의 총체적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일 다수의 신경외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비외상성으로 발생하는 뇌출혈로 분류된다. 뇌지주막하 출혈이 흔한데 주원인은 뇌동맥류 파열이다. 

    뇌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두통 등의 전조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파열 전에 진단이 어렵고, 두통이 발생하면 파열 초기가 많아 빠른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발견하면 중재적 시술을 할 수도 있고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중재적 시술은 ‘코일링(coiling)’이라고 하는 시술이고 주로 대퇴동맥을 통해서 관을 삽입하고 이 관을 통해 뇌동맥류가 있는 공간에 백금으로 된 얇은 철사를 감아 넣은 후 그 부위에 혈전이 차게 만들어서 동맥류 파열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의사가 없어 시행을 못 했다고 지적된 것은 소위 ‘클리핑(clipping)’이라고 말하는 ‘뇌동맥류 클립결찰술’이다. 해당 수술은 튀어나온 동맥류 자체를 묶어버리는 수술인데, 개두술이 필요해 코일링이 실패한 사람들이 주로 하게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의문은 왜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병원에서 클리핑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코일링 시술이 발전되기 전에는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한 치료방법이 클리핑밖에 없었고, 신경외과 의사들의 상당수가 이 수술을 배웠으나 비침습적인 코일링 시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클리핑 수술에 비해 코일링 시술이 병원입장에서는 수익에 도움이 된다”며 “외국의 경우는 클리핑은 신경외과 영역에서 아주 고난이도 수술이라 수가가 매우 높은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은 데다가 수가마저 보장되지 않으니 자연적으로 클리핑 자체를 신경외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병의협은 “국내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대비해서 적은 편이 아니지만 상당수의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출혈 분야를 외면하고 있고 그마저도 클리핑 보다는 중재적 시술인 코일링 쪽을 더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서울아산병원도 암 수술을 비롯한 타 수술과는 다르게 지방에서 환자가 많이 올 수 없고, 인근에서 발생한 환자만이 수술 대상이 되기 때문에 클리핑이 가능한 의사를 많이 두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2명의 의사 중 한명은 해외연수를 나간 상태라 나머지 한명이 전부 책임져야 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것은 병원 측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뇌출혈 대응체계의 정비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병의협은 “필수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역별 뇌혈관질환 응급체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모색하고 인력 확보와 장비 지원 등 방안 ▲필수의료 분야를 시작으로 저수가 체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의사들의 자발적 필수의료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