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씨엔씨 크레디트스위스 주관사 선정주인 바뀌고·상장 폐지 위기도 사드 보복·코로나19 여파로 매물로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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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 경쟁 심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특히 1세대 화장품 대표 브랜드숍으로 불리는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까지 매각에 나서면서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임하고, 에이블씨엔씨 매각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IMM PE가 보유한 에이블씨엔씨 지분 59.2%다. 에이블씨엔씨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1565억원이다.
IMM PE는 지난 2017년 서영필 전 에이블씨엔씨 회장의 보유 지분 25.5%를 1882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통해 3900억원을 투입, 지금의 지분을 확보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이화여대 앞에 1호 매장을 열고 3300원 초저가 화장품을 선보여 브랜드 출시 2년 만인 2004년 매출 1000억원을 넘었다. 2005년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2011년 코스피시장으로 옮겼다.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은 2017년 3733억원에서 2019년 4223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20년과 지난해에는 3075억원, 2629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도 2017년 112억원을 기록했지만 2020년과 지난해에는 680억원, 224억원의 손해를 기록했다.
에이블씨엔씨에 앞서 지난 8일에는 마스크팩 업체로 유명한 제이준코스메틱도 주인이 바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양수도 대상은 제이준코스메틱 주식회사 보통주식 1076만6176주며, 매매대금은 350억원이다. 계약당사자로 양도인은 주식회사 아이오케이컴퍼니, 양수인은 주식회사 쏘어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최근 9개월 만에 주인이 세 번이나 교체됐다. 지난해 말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프앤리퍼블릭이 247억원에 제이준코스메틱의 주식 665만7260주를 이도헬스케어에 양도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앰버캐피털이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한때 중국 마스크팩 시장에서 1, 2위를 달렸던 제이준코스메틱은 2018년 1320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2020년 305억원, 지난해 205억원까지 감소했다. 2018년 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0년 123억원, 지난해 205억원의 적자를 봤다. -
매각뿐만 아니라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업체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 코스온은 지난달 감사인으로부터 반기(1~6월) 검토(감사)의견 부적정 등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이 기간 회사는 감사인으로부터 2022사업연도 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연결·개별기준 의견거절을 받았다. 다만 코스온이 이달 6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마스크팩 기업 리더스코스메틱도 올해 초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의 이러한 실적은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기업을 옥죄는 한한령(한류제한령)과 코로나19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단 등이 복합적으로 장기간 누적된 게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화장품 최대 시장이던 중국에서 경쟁력이 추락한 점도 있다. 코트라 무역투자연구센터가 최근 공개한 2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수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44.5% 줄었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이 정상화돼도 중국 내 K뷰티 열풍이 불었던 때로 돌아가는 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수를 빠르게 확장하는 등 치열한 출혈 경쟁을 펼쳐온 상황에서 사드 보복, 코로나19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히트상품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실적 하락은 물론 최악의 경우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