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 허 모씨 증인 출석"삼성물산, 2011년 이후 건설업 부진 탓에 전망 우려""국내 기관 투자자들 합병 이후 순매수로 돌아서""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삼성물산 주주가치 제고 예상"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가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당시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사업 불확실성이 짙었던 만큼 합병으로 인한 실적 개선 및 지배구조 등 모멘텀이 작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3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7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신영자산운용 대표이사 허 모씨가 출석했다. 허 씨는 30년간 투자 관련 업무를 역임한 전문가로 꼽힌다. 신영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당시 허 씨는 부사장 자리에 있었다. 

    허 씨는 합병 찬성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삼성물산을 둘러싼 불확실한 환경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허 씨는 "건설회사의 생명은 수주"라며 "삼성물산의 수익성 전망도 가장 나빴고 합병 이후에도 건설부문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허 씨는 "건설업 대기업의 경우 유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다른 건설사들도 2011년 이후 우하향을 보이는 등 이벤트가 없으면 트렌드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삼성물산 주가가 오른 것은 합병이라는 이벤트가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의 회사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했다는 주장이지만 PBR 수치만 놓고 고평가냐 저평가냐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합병 전까지 점진적 하락 또는 횡보를 보였는데 이는 건설업종에 모두 해당됐다. 삼성물산의 PBR이 1미만으로 순자산 가치에 주가가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고 국내 건설사들도 같은 수준이었다. PBR이 낮을수록 그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지만, 삼성물산만이 아닌 동종 업계의 PBR이 낮았으므로 삼성물산만 저평가됐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허 씨는 합병을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도 확대된 만큼 장기적인 시너지도 기대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허 씨는 "합병 전에는 건설업 비중이 커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주가가 오르지 못한 것도 업황 변동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에 오르면 전자, 바이오 등 투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며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물산의 성장 가능성 낮게 봐서 순매도 했지만 합병 발표 이후 긍정적으로 보고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은 ▲1:0.35의 비율로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의 불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 등이다. 

    변호인단은 당시 삼성물산의 상황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불경기 지속과 해외프로젝트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순환출자 등 규제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합병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경영실적과 신용등급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0.35로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이전 한달간 각 회사 시가총액의 가중평균값으로 결정됐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