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달 내로, 영국은 오는 14일 내 발표 예상조 회장, 英항공사 대한항공 소속 ‘스카이팀’ 가입 이끌어美·英 결합 승인 시 남은 日·EU 심사에 긍정적 영향 줄 듯
  • ▲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이달 내 미국과 영국에서 나올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지면 남아있는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쟁 당국은 이르면 이달 안에 두 항공사의 기업 결합 심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9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2차 자료 제출을 마무리한 상태다. 심사는 자료 제출 이후 75일간 진행된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꾸려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 임원들은 지난달부터 미국 법무부 담당자와 만나며 기업결합 본심사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합병 이후 시정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경쟁 당국도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를 마친 지난 10월 중순부터 1차 심사에 착수했다. 사전심사를 시작한지 10개월 만이다. 영국은 합병 이후 시장의 경쟁성이 감소할지와 서비스 하락 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해 오는 14일까지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가 없다면 심사가 그대로 종료되지만 경쟁을 감소시킨다고 판단할 경우 2차 심사에 착수한다. 2차 심사에서는 재조사·합병 세부 내용 조정 등의 절차를 걸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미국이다. 항공시장 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도 강한 만큼 미국의 결정 여부에 따라 향후 남은 경쟁당국 심사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은 과거 항공사 간의 기업결합을 대부분 승인했다. 2014년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U.S 에어웨이의 통폐합 과정에서 미연방 독점금지국은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 기업결합이라 판단하기도 했지만, 슬롯을 다른 항공사에 매각하며 이를 해결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미국의 결정이 긍정적인 방향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 참석해 “늦어도 연말까지는 미국과 EU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지난 9월 영국 국적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이 내년부터 대한항공이 참여하는 글로벌 항공 얼라이언스 ‘스카이팀’에 합류키로 하면서 영국의 1차 본심사에서 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버진애틀랜틱이 스카이팀에 합류를 계기로 공동운항 등 한국 노선을 운영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배경에는 버진애틀랜틱의 스카이팀 가입을 위해 조 회장이 직접 영국을 방문해 적극적인 의견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스카이팀 의장직을 맡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결합 승인을 득할 경우 대한항공은 EU·일본·중국의 기업 결합심사만을 남겨 두게 된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이다. 이 중 지난 9월 승인을 받은 호주를 포함해 총 9개 국가에서 심사가 완료됐다.

    다만 남은 경쟁당국 가운데 중국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항공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 해외 항공사에 운수권이나 슬롯을 배분하는 데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인접국가인 한국에서 거대 항공사 출범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승인 결정을 내린다면 남은 일본의 심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고, 독과점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EU도 미국과 영국에서 승인 방향으로 풀린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 볼만하다”면서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