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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종연 오리온 베트남 마케팅 상무 "국민간식 넘어 '쌀'에 진심"

초코파이, '띤' 앞세워 베트남 국민 간식으로 성장20여만개 소규모 거래처 묶는 유통망이 무기내년 공장 증설에 600억 투자… 쌀 활용한 비즈니스 확대 계획

입력 2022-12-16 08:00 | 수정 2022-12-16 08:00

▲ 정종연 오리온 베트남 법인 마케팅 담당 상무ⓒ조현우 기자

1995년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은 오리온은 2006년 호치민 미푹공장을 설립해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하고 2009년 하노이에 제2공장을 가동하며 베트남 내 입지를 강화했다.

보따리상으로 시작한 사업은 지난해 연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도 20% 이상 성장해 매출 4000억원이 확실시 되고 있다. 대표제품인 초코파이는 불단에 오르는 국민음식이 됐고, 쌀과자 안(An)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초콜렛 코팅이 된 작은 원 모양의 파이는 어떻게 국민간식이자 베트남 소비자들의 명절선물이 됐을까. 20만개가 넘는 작은 구멍가게들은 어떻게 오리온의 고객이 됐을까.

지난 8일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사무소에서 오리온 베트남 법인 마케팅담당 정종연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로 15년째 베트남 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 상무는 지금의 오리온 베트남 법인을 ‘4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정 상무는 “1995년 첫 수출을 하고 2년 뒤인 1997년에 사무소를 차려 주재원을 1명 두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2000년도 중반부터 공장을 짓기 위한 준비를 위해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가 1단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베트남 가정에서 모시는 불단에 올라간 오리온 제품ⓒ오리온

2000년도 초반 한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던 초코파이 포장지는 파란색이었다. 그러다 베트남 사람들이 붉은 색을 좋아한다는 점을 반영해 색을 지금의 색으로 바꿨다. 작은 변화였지만 성장세가 이어졌고, ‘띤’(Tinh Cam, 한국어로 정과 비슷한 단어)를 패키지에 넣어 마케팅을 강화했다. 현지 공장 생산을 시작하고 거래처와 영업사원을 늘리면서 외형이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초코파이 한 상자의 가격은 2만5000동. 쌀국수가 5000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섯 배가 넘는 고급 과자였다. 더운 베트남의 날씨에도 녹지 않는 초콜릿 코팅 기술력과 맛으로 초코파이는 ‘비싸지만 사야하는’, ‘귀한 선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정 상무는 “2012년께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이후를 2단계로 본다”면서 “한국에서 검증된 고래밥, 고소미 등의 제품을 가져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2000억원대 매출로 성장한 2017년까지를 3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시장 공략에 노하우가 생기면서, 오리온은 적극적인 확장에 나섰다. 한국에서 안착한 제품들을 가져와 연구를 통해 베트남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맛과 형태로 변화를 주는 방식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 확보한 20여만개의 거래처는 든든한 우군이 됐다. 오리온이 처음 베트남에 진출했을 당시 시장은 트레디셔널 트레이드(Traditional Trade, 소규모 개인가게) 형태가 90%, 대형 슈퍼마켓 등의 모던 트레이드 형태가 10% 수준에 그쳤다. 그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소규모 구멍가게 형태가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치민과 하노이 등 대도시라고 하더라도 60%가 소규모 가게다.

정 상무는 “지금 하라고 하면 쉽지 않을 정도로 초기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돈 보다도 시간과 끈기가 필요한 만큼 지금은 오리온이 가진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 호치민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쌀과자 '안(An)'의 모습ⓒ조현우 기자

2007년 투니스, 감자칩 등을 들여와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10여년 동안 성장세가 미미했다. 이에 노하우와 유통망을 확보한 오리온은 베트남의 주식인 ‘쌀’에 주목했다. 2018년 당시 베트남 쌀 과자 시장은 점유율 80%를 가진 한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고 나머지 20%를 소규모 업체들이 나눠먹는 상황이었다. 초코파이로 베트남 소비자들과 가까워진 오리온은 쌀 과자를 대상으로 낙점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사전 소비자 조사 결과 기존 시장독점사업자의 쌀 과자는 구워낸 제품임에도 하얀 색을 띠어 ‘말린 제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있었다. 이에 오리온은 차별점을 주기 위해 제품에 ‘그릴’ 표현을 넣고 마케팅도 구운 쌀과자를 강조했다.

정 상무는 “경쟁제품과 똑같이 구운 과자지만 ‘정보’를 강조하면서 시장에서 급격하게 성장했다”면서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액이 600억원이었는데 올해 벌써 400억원을 달성했고, 점유율도 30%까지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오리온 베트남 베트남 법인은 쌀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쌀을 활용한 다양한 가공제품들은 동아시아권에서는 보편적이고, 원재료인 쌀 가격이 ㎏ 당 600원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쌀 가공식품의 경우 베트남 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받을 수 있고, 동아시아권과 몽고 등 주변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베트남 박닌성에 위치한 오리온 옌퐁공장 전경ⓒ오리온

오리온은 내년 공장 라인 증설에 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근무일 외 주말까지 라인이 돌아가며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 공장 준공을 위한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유통망과 브랜드, 공장이 갖춰지면서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리온에서 해보지 않았던 음식·식품유통 등 다양한 사업으로의 확장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스낵·제과류와는 달리 음식의 경우 각 국가별 문화와 입맛에 따라 받아들이는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베트남 시장에서 자리잡은 오리온으로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정 상무는 “베트남에 있어 쌀은 DNA에 각인된 그 무언가다”라면서 “앞으로 쌀과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반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룹 내에서 베트남 법인이 ‘쌀 비즈니스’의 본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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