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부 품목 탄소 국경세 도입 잠정합의내년 10월 시범운영 시작, 3~4년내 본격 가동EU수출 큰 철강업 직격탄,정부 적극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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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사상 최초로 철강 등 일부 수입품에 대해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잠정 합의하면서 유럽 수출규모가 큰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적용 품목 확대도 추진 중이라 산업계 전체로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16일 유럽의회에 따르면 EU 회원국 의원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CBAM의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 수입품목 중 기준치를 넘어 탄소를 배출한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에 대해 추가적인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의회는 이번 합의에 따라 오는 2023년 10월부터 제도의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시범 운영기간에는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진 않지만, 수입 물품에 대한 탄소배출량 보고가 의무화된다. 이후 3~4년 정도의 검토를 거쳐 본격적으로 탄소비용을 부과할 계획이다.또한 의회는 직접배출 뿐 아니라 특정 요건 아래에서는 제품 생산을 위해 구입한 전기 등 에너지에 의한 간접 배출량도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전구체 및 나사, 볼트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뒀다.EU가 CBAM을 도입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국가 간 탄소감축 목표에 따라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약한 국가로 고탄소 제조업이 이동하는 ‘탄소누출’ 현상의 방지다. 수입 제품에 추가적인 비용을 부과해 강한 탄소 규제를 받는 EU 영내 제품과 격차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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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에서는 CBAM을 사실상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북미지역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아 반발을 사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닮은꼴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특히 EU가 탄소 국경세를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힌 5개 품목 중에서도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철강업계의 우려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강의 대(對)EU 수출 규모는 43억 달러(약 5조6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나머지 4개 품목 수출액을 합친 것의 8배를 넘는 규모다.이에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CBAM이 수입산 차별을 금지하는 WTO 규범의 위배 소지가 있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EU 집행위원회에 밝히기도 했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 어떤 기준에 따라 비용이 부과되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피해 규모 산정은 아직 어렵지만 계획대로 탄소비용 부과가 현실화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드러냈다.현재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친환경 생산체제 구축에 한창이다. 포스코는 자체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현대제철도 수소 기반 탄소중립제철 공정 '하이큐브'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그러나 문제는 시점이다. 당장 EU의 탄소비용 부과는 이르면 2026년 현실화할 예정이지만, 철강사들이 본격적으로 친환경 생산체제를 상용화하는 데까지는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제도의 문제기 때문에 기업의 대응 방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차적으로 정부 차원의 대응을 보고 기업들도 전략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