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 사이클 진입하며 우호적 사업환경 조성조선사 흑자전환 시동 및 해운사 호실적 쾌거대우조선 새 주인 찾고, HMM 민영화 ‘저울질’인력난 심화·해상운임 급락 등 불안요소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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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바다산업은 장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 재도약을 위한 토대를 다진 시기로 요약된다.

    조선업종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며 2년 연속 수주목표치 초과 달성에 성공했고, 해운업종도 올해도 언택트 소비 증가에 따른 물량 폭증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이들 업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사업재편 움직임도 활기를 띠었다.

    산업 전반의 우호적 환경에도 불안감은 존재했다. 조선업계의 인력난 문제는 급기야 업종 내 갈등으로까지 번졌고, 고공행진하던 해상운임은 하반기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며 해운사 수익성을 다시 위협하기 시작했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 2022년 조선·해운산업에서 발생한 주요 이슈들을 2023년 새해에 앞서 뉴데일리경제가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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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계는 올해 초호황 사이클 진입에 힘입어 3년치 이상 일감을 쌓는 성과를 올렸다. 글로벌 선사들의 고부가·친환경 선박 발주가 이어진 가운데 조선사들은 고수익 중심 선별 수주로 이익을 도모했다. 과거 조선사들을 어려움에 빠뜨렸던 저가수주 경쟁 구도도 완전히 재정립됐다.

    조선3사 모두 2년 연속 수주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HD현대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197척, 239억5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에 당초 목표치인 174억4000만 달러를 웃돌며 달성률은 137.3%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104억 달러, 88억 달러를 수주해 각각 117%, 107%의 수주달성률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먼저 흑자를 내며 실적 개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3분기 매출 4조2644억원, 영업이익 18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9.9% 확대됐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국조선해양에 이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내년 흑자 실현을 예고한 상태다.

    HD현대는 특히 올해 판교 글로벌 R&D센터(GRC)로 그룹 역량을 한데 모으고 본격적인 정기선 체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달 주요 계열사 입주 완료와 함께 최근 비전 선포식을 갖고 그룹의 공식명칭을 기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HD현대로 변경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8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지역·복지수당 2만원 인상, 격려금 350만원, 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에 성공하기도 했다. 2013년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무분규 타결인 데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해를 넘기지 않고 연내 마무리를 이뤄내 눈길을 끌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이후 21년 만에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획을 밝힌 지 3개월 만인 이달 16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 한국 조선산업도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 등 새로운 ‘빅3’ 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최성안·정진택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임대표로 내정된 최성안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로서 손꼽히는 플랜트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2조원 규모 해외플랜트 수주 쾌거를 올린 가운데 해외플랜트 기반 삼성중공업의 부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밀려드는 일감 속 인력난 문제는 조선업종의 최대 해결과제로 급부상했다. 인력 문제가 심화하며 업종 내 갈등도 격화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케이조선·대한조선은 공동으로 한국조선해양이 인력을 부당하게 빼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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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업계도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해상운임에 힘입어 올 들어 호실적을 이어갔다. HMM의 올 3분기 매출은 5조1062억원, 영업이익은 2조6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1%, 15.4% 증가했다. 팬오션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각각 38.3%, 17.3% 늘었다.

    다만 해운사 호실적을 견인해온 컨테이너선운임이 하반기 들어 급락하며 뚜렷한 ‘상고하저’ 현상을 나타냈다.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보다 16.20 하락한 1107.09를 기록했다. SCFI가 1100선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8월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내년에도 이 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HMM이 민영화 대상으로 꾸준히 지목되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HMM이 최근 2년 역대급 실적으로 지난 10년의 부진을 한방에 털어낸 현재를 매각의 적기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HMM 인수후보자로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됐으나 선뜻 나서는 그룹은 없었다. 산은의 영구채 포함 HMM 지분 가치가 10조원에 달하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됐다. 

    내년 해운업황 악화 우려와 함께 HMM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 산은의 새 주인 찾기 노력도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