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노동자 손 들어줘… CJ대한통운 “항소”대리점연합 “대리점 경영권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반발산업계 노조리스크 확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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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양측 공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자와 원청간 근로자성과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되면서 택배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전날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사용자에 대한 기준을 기존 판례보다 넓게 판단했다.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은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인 택배대리점을 통해 배송망을 운영한다. 원청인 택배사는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으면 하청인 대리점은 다시 택배기사와 집배송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것이다. 그동안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직접적인 사용자라고 주장한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대리점이라며 맞서왔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이 이를 거부했다. 택배노조가 제기한 구제 신청 초심에서 지방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으나 재심에서 중앙노동위는 판단을 뒤집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중앙노동위는 당시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부분에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중앙노동위의 판정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기존의 노사 관계 틀을 완전히 흔드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심 판결대로 사용자의 범위가 직고용 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까지 확장되면 하청노조가 잇따라 원청에 교섭권을 요구하면서 원·하청 용역 구조로 이루어진 국내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조 리스크는 기존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택배노조는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하면서 전국적인 총파업을 반복했다.

    특히 CJ대한통운의 경우 64일간의 장기 파업을 거치면서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판결 직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CJ대한통운에 공식적으로 교섭을 요구할 것”이라며 법원 판결을 존중해 응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CJ대한통운은 향후 교섭에 나서면 하도급법과 파견법을 위반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도 강조했다.

    택배기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주체인 대리점의 고유한 권리인 경영권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대리점도 즉각 반발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도 “전국 2000여개 대리점의 경영권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택배산업의 현실과 생태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리점연합은 “이는 대리점 고유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체결한 표준계약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는 “원청기업의 사용자성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하는 이번 판결은 택배는 물론 물류 산업 전체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판결로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물류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 또 다른 물류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계도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 판결에 유감 입장을 내고 노조법상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판결이라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