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STO 전면 허용 방침에 증권사 거래 플랫폼 준비 본격화거래 상품 무한대 확장 가능…"상품 공급·거래 핵심은 증권사"유동성 확보 관건…거래 효율성 등 실질적 효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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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토큰증권 발행(STO) 전면 허용 방침에 증권사들의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증시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유동성 불안으로 위기에 빠진 증권업계에 STO 사업은 성장동력으로서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조각투자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한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키로 하고 세부 방침을 공개했다.이에 따라 STO 플랫폼을 보유한 증권사는 STO 및 장외거래를 통한 수수료 확보가 가능해졌다.증시 부진과 부동산PF발 유동성 위기로 성장 동력을 잃었던 증권가는 분주한 모습이다. 기존에 유동화가 어려웠던 자산 위주로 토큰화가 가능해지면서 STO 발행 및 유통 기능을 각사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증권사들은 당국의 제도 변화에 앞서 조각투자 관련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거나 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비해왔다. 나아가 최근엔 자체 STO 거래 플랫폼을 준비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중 모바일트레딩시스템(MTS)에서 STO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1월 토큰 증권 플랫폼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개발,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STO 플랫폼 개발·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지갑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SK증권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업체 펀블과 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통해 신탁수익증권 방식 STO 솔루션 제공 및 계좌관리기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대신증권은 플랫폼 관련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를 인수하기로 했다. 카사코리아 지분을 과반수 매입하고, 이달 중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플랫폼 출시에 더해 증권형 토큰 민간협의체 설립에도 나섰다.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안전한 자산을 토큰화하고 다양한 기업이 협업하는 협의체를 통해 조직해 생태계 개척에 앞장설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STO가 증시 침체로 부진에 빠진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STO 도입으로 디지털자산과 전통자산 간 연계성이 커진 상황에서 증권사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는 평가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STO시장은 증권사에 상당한 기회"라면서 "자본시장법 내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봤다.
박 연구원은 "증권업의 시작과 본질은 중개, 에이전시 비즈니스다. 증권형 토큰은 이러한 증권사의 핵심 취지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주식, 부동산, 골동품, 미술품, 인프라, 선박, 비행기, 더 나아가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하고 거래가 합법화된다면 상품 공급 및 거래의 핵심은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STO 밸류체인 내에서 유리한 증권사로 MTS 등 거래 플랫폼 사용자 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키움증권과 두나무, 람다256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해온 한화투자증권 등을 꼽는다.
신규 사업인 만큼 신중론도 적지 않다. STO가 산업으로 안착하려면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마냥 낙관할 순 없는 상황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TO 시장이 일찍 형성된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로 관련 실험을 이어가고 있으나 규모나 거래량은 부진한 상황"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자격에 제한을 둔 점이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자산을 조각화해 유통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투자처 대비 매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유통시장이 활성화하려면 STO의 장점으로 꼽히는 거래 효율성 증가, 비용 절감 등 실질적인 효과가 중요할 것이다. STO 산업의 업사이드는 비유동성 자산 토큰화로 새로 생겨나는 시장 규모가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