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플랫폼 내 발행·유통 기대와 달리 금융위 분리 지침발행·유통 겸영 금지 시 수익성 급감…대체 방안 필요성 대두공동 유통플랫폼 구축 투자 비용·시간 상당…"STO 한도 늘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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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STO 발행·유통 규율체계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해 증권업계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증권사들의 기대와 달리 자사 플랫폼에서 STO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해당 사업을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웃도는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5일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토큰 증권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토큰 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문제는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한 점이다. 금융당국은 발행사와 유통사가 같으면 이해충돌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가이드라인을 통해 발행·유통 주체가 분리돼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곧 개별 증권사가 개발한 플랫폼 내에서 토큰 증권을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A증권사가 B회사의 STO를 발행할 경우, 자사 플랫폼에 B회사의 STO를 유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위가 STO 발행·유통을 분리한 것은 공정성을 고려해서다. 만약 한 증권사가 발행·유통을 동시에 하면 수익성만을 쫓아 자사가 발행한 STO만 유통할 것이란 우려다. 이렇게 되면 한 곳이나 소수의 증권사가 시스템을 독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토큰 증권 발행 사업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각종 조각투자 플랫폼들과 업무 협업을 맺고 자체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는 증권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발행·유통 업무를 겸영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성도 저하됐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증권사들이 생각했던 STO 방향성과 금융위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다소 차이가 있다"라며 "증권사들은 당초 조각 투자로 취급하던 많은 상품들을 STO로 전환해 자사 거래소(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것을 기대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제도처럼 발행·유통을 분리한다면 중개인 없이 발행과 유통이 동시에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한 금융당국의 의도는 공감하나, 발행과 유통을 완전히 함께 못하는 것에 대해선 재차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STO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면 고객들이 회사별로 회원 가입을 여러 번 해야 하는 등 소비자 불편이 예상된다"라며 "금융위가 공개한 정책 방향을 살펴볼 때 토큰증권 시장이 대중화·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와 같이 발행·유통을 한꺼번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선 수익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진행된 사항으로 볼 때 증권사는 STO 시장 내 토큰의 유통, 계좌 관리를 주로 담당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매매수수료 수익 정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사실상 큰 수익 창출 분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을 중심으로 한 공동 유통플랫폼의 필요성이 언급된다. 다만 이 또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출시 당시 증권사들이 모여서 관련 사안에 대해 협의하고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STO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내년에서야 가능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STO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STO 신사업 확대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투입돼서다. 실제 STO 핵심 기능을 개발 중인 다수의 증권사는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사업의 수익성을 증대하기 위해 STO 한도를 늘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액투자자는 매수 금액 합계 기준 유통플랫폼별 1인당 연 최대 1000만원을 거래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STO 관련 개발 비용은 상당한 반면 투자 한도는 지나치게 낮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라며 "투자자 보호 강화에 초점을 둔 규제인 것은 이해하지만, 지속적인 법 개정을 통한 제도 보완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