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병원서 해결해야 하는데… 미흡한 뇌경색 환자 대응책중증의료센터 확충 동시에 권역심뇌혈관센터도 추가해야 과도한 당직 부담감… 신경과 전공의 정원 확충도 숙제
  • ▲ 이경복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 ⓒ순천향대서울병원
    ▲ 이경복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 ⓒ순천향대서울병원
    “필수의료와 응급의료의 개혁을 논하고 있지만 정작 골든타임이 중요한 환자를 놓치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뇌경색 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매지 않고 처음 들어가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전반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2일 최근 이경복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는 본보와 만나 “뇌졸중 환자의 8할에 해당하는 뇌경색 대응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됐다. 제대로 된 기능이 수행되지 않으면 응급체계는 엉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필수의료 대책 및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23~’27)을 통해 ▲지역 내 심뇌혈관질환 협력체계 구축 ▲병원 간 순환당직 체계 도입 ▲중증응급의료센터 확충 등 내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많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골든타임에 가장 민감한 뇌경색은 빠졌다. 처음 향하는 병원에서 혈전용해술 등 적절한 치료가 이어져야만 후유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경과 미래 세대의 부재다. 

    지난해 대한신경과학회지에 실린 ‘응급실에서 임상 진료과의 진료부담과 신경과 의사의 업무과다’에 따르면, 전공의 1인당 연간 응급실 중증진료 건수는 97건이다. 그러나 신경과 전공의는 406.6건으로 조사됐다.

    그는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한 뒤 전문의들을 이쪽으로 모이게 하고 순환 당직제를 도입하려면, 그에 앞서 신경과 전공의 확충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에 따라 뇌경색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데 여전히 신경과 전공의 정원은 과거형에 머물러 있다. 교수가 돼서도 힘들기만 한 구조적 문제를 풀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예고한 당직순환제는 임시방편으로 활용이 가능하겠지만 전공의 교육에 있어서는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심뇌혈관센터에서 경험을 쌓아야 전문인력으로 거듭하는 생태계가 조성되는데 이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중증응급 늘린다고 ‘역부족’… 권역심뇌센터 확충도 

    신경과 의사의 확충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필수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며 장기적 지원책이 필요한 영역에 속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부분은 뇌경색 환자가 골든타임 내 병원을 잘 찾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중증응급의료센터를 늘리고 센터 내 심뇌혈관 전문센터(권역심뇌혈관센터)를 지정해 대응하기로 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권역심뇌혈관센터가 전국 14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숫자가 현격히 적은 상태에서 중증응급의료센터와의 유기적 체계가 형성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심뇌혈관질환 정책은 필수의료 대책과 응급의료 개편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데도 예산 축소는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보완할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증응급의료센터 확충과 함께 권역심뇌혈관센터 수를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전국 200곳의 급성기 뇌졸중 진료병원과 연계하는 구조적 개편이 이뤄져야만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 체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