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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시끌시끌' KTX 고속철, 최저가 입찰 방식 개선해야

현대로템, KTX 평택~오송선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136량 낙찰해외기업 컨소시엄 이루려던 우진산전, 단독 입찰 후 기술 부적격 탈락최저입찰제 아닌 안전성 검증이 최우선 적용돼야

입력 2023-03-21 15:33 | 수정 2023-03-21 15:47
외국계 기업의 진출로 논란이 됐던 KTX의 고속철도 수주전이 현대로템의 낙찰로 일단락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27년 개통 예정인 KTX 평택~오송선에 투입할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 320)에 대한 입찰 공고에서 현대로템이 낙찰 예정자로 선정됐다. 낙찰가는 7100억원이다. 

이번 입찰은 17년 만의 경쟁입찰로 진행됐지만, 우진산전이 1단계 기술평가 문턱 조차 넘지 못해 기술부적격으로 탈락했다.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는 현대로템이 10년 이상을 연구한 사실상 독점 사업이었다. 하지만 전동열차를 제작하던 우진산전이 지난해 스페인 탈고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 의향을 밝혀 국내 철도업계가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코레일은 '입찰참가자격' 항목에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또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체결국에서 생산·제조된 물품을 공급하는 자', '입찰은 5개 업체 이하로 공동계약 가능' 등이 명시됐을 뿐,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제작 및 공급의 여부는 자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평가기준에는 납품실적 최고속도 320km/h 이상의 동력분산식 철도차량(동등이상물품)과 최고속도 300km/h 이상의 동력집중식 철도차량(유사물품)이 명시됐다.

이 때문에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를 제작한 적 없는 스페인 고속열차 제조업체인 탈고와 국내 중견기업 우진산전도 입찰에 참가할 수 있었다. 

다만 우진산전은 지난 7일 첫 입찰 공고 마감까지 입찰조차 하지 않아 수 많은 추측을 낳았다. 우진산전과 탈고는 컨소시엄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재공고 때 우진산전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우진산전이 컨소시엄을 이루지 못한 데에는 탈고와의 계약 조건이 맞지 않는 게 가장 컸다. 우진산전이 생각한 단가보다 탈고에서 요구한 단가가 더 높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우진산전이 스페인 탈고 대신 생산단가가 더 낮은 중국 업체와 손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국민의 안전을 가장 중시 해야 하는 고속철도 입찰에서 경력도 없는 업체가 참가할 수 있는 입찰제도가 문제다.

이같은 안전 불감증 때문일까. 코레일은 지난해 발생한 철도 작업자 사망사고 2건과 수서고속철(SRT) 운행에 대거 차질을 준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 등의 책임으로 국토부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경쟁입찰이 최저가에 따라 낙찰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평가가 가장 주요 평가 항목이 돼야 하는 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 우진산전은 기술점수에서 79.30점을 받아 탈락했다. 기술점수 85점을 넘겨야 적격 판정을 받는다. 사실 우진산전은 기술점수에서 더 점수를 깎일 수 있었으나, 기본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 생각보다 점수가 높게 나왔다. 코레일에서는 세부 기술 평가에서 A~E까지 나눠 '매우 우수(A)'부터 '매우 미흡(E)'으로 나눈다. 가장 낮은 E를 받아도 0점이 아닌 기본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주요 기간 시설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예산 절감을 외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사업장 곳곳에서 품질 저하와 안전 사고 같은 부작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열차 안전을 담보하고 열차 경쟁력을 증대시키려면 결국 최저가입찰제가 아닌 기술 중심의 능력평가로 변화해야 한다.
박소정 기자 sjp@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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