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칩스법 세부지침 공개수익구조, 수율 등 주요 재무지표 제출 요구 제조 경쟁력 지표도 공개… '영업기밀' 내용 수두룩이틀 뒤 보조금 접수 시작… 삼성, 美 정부 관계 고려 보조금 신청할듯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반도체법(CHIPS Act) 지원금 신청이 임박한 가운데 지원금을 받기 위해 기업들이 단순 재무 수치가 아니라 수익구조에 더불어 수율 등 기밀에 해당하는 제조 경쟁력 지표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세부 지침이 나와 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예고된 것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영업기밀 사항을 미국 측에 공개해야 할 처지에 놓인 삼성전자가 지원금 신청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 지원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며 추가적으로 소개한 세부 지침에서 사실상 반도체 제조사들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수익구조와 제조 지표 등을 요구하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선 해당 생산시설에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과 이익 등 재무지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생산시설에서 예상보다 큰 이익을 남겼을 경우 초과이익분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서다. 미 상무부는 이 같은 초과이익환수 개념을 담은 보조금 지급 조건을 한 달 전 발표한 바 있다.

    보조금 지급에 여러 조건을 붙일 것이란건 이미 한 달 전부터 예견됐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 지침은 또 한번 반도체 기업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예상보다 더 구체적이고 공개가 어려운 재무 지표들을 내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수치가 어떤 식으로 산출되는 것인지 알 수 있게 사실상 수익구조를 공유하라고 압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해당 반도체 공장에서 얼만큼 이익이 나는지를 꼼꼼히 따져묻기 위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수율이나 판매가격까지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수율이나 가격 등의 정보는 해당 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를 상무부가 제시한 엑셀 파일로 제출하게 해 산출 방식 자체를 자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했다.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지원금 신청을 사흘 앞두고 이 같은 세부 지침이 공개되면서 기업들의 혼란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이미 신청 조건에 기업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상무부가 예상보다 깐깐하게 다양한 수치를 요구한다는 점에 낙담했다.

    악조건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삼성전자가 테일러 신공장을 짓는데 투입한다고 밝힌 자금만 170억 달러 수준인데 여기서 최대 15% 수준으로 보조금을 받아도 25억 달러에 불과하다. 적게는 10억 달러 미만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보조금 규모나 당장의 실익보다는 앞으로 미국 정부와 전반적인 관계를 고려해 보조금 신청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미국 현지에서 새로운 고객사들을 확보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동맹 구도에도 참여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론 더 이득이 클 수 있다고 결론지을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