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SK, 한투·카카오 이종업계 협의체…대신-카사 인수규제 불확실성에 증권업계 합종연횡·경쟁 치열신규 상품 출시 경쟁력 유리…중장기 성장 모멘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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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STO) 시장의 본격화를 앞두고 증권업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각투자업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인터넷은행 등 이종업체와의 협의체를 구성해 협력에 나서거나 회사 인수 등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SK텔레콤은 토큰증권 발행 협력을 위해 협의체 넥스트파이낸스 이니셔티브를 결성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초자산 발굴 및 발행을, SK텔레콤은 분산원장(블록체인) 등 인프라 구축을 맡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지난 22일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STO 협의체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IT 인프라 기술력과 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STO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증권사 중 최초로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안전한 자산을 토큰화하고 다양한 기업이 함께 협업하는 조직으로, 현재 람다256, 슈퍼블록 등 관련 업체 수십곳이 합류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건전한 토큰증권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출범했다. 투게더아트·트레저러·그리너리(조각투자사업자), 서울거래비상장(비상장주식중개업자), 블록오디세이·파라메타, 한국기업평가(기초자산 실물평가사) 등 8곳이 참여했다.
KB증권도 토큰증권 사업자 생태계를 확대하고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ST 오너스를 구성했다. 스탁키퍼(한우), 서울옥션블루(미술품), 펀더풀(공연·전시), 하이카이브(실물자산 기반 STO 발행유통 플랫폼), 웹툰올(웹툰), 알엔알(영화 콘텐츠 배급) 등이 참여했다.
협의체 구성뿐 아니라 인수합병(M&A)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회사도 있다. 지난 15일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업체 카사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카사가 부동산 조각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대신증권이 부동산 토큰증권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가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인 이유는 STO 시장이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지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STO 초기 성장을 주도할 주역은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보이고, 이를 위해 증권사들이 다수 업체와 선제적 제휴를 맺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모호한 제도가 확정되기 전인 향후 2년간 시장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과 경쟁이 예상되지만 결국 STO 시장이 성숙될수록 새로운 수익원 창출 측면에서 증권사의 수혜를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지정 요건이 상세하게 발표되지 않았고, 추후 발표되는 내용에 따라 증권사가 토큰증권의 발행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달라질 수 있다. STO가 유의미한 수익원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TO가 증권사 향후 수익에 기여할 수는 있으나 주류가 되기는 어렵다"며 "수익에 유의미하게 기여하는 시점도 다음 유동성 확대 시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당국의 규제 대응과 투자상품 신규 출시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증권사들이 유리한 시장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의 STO 참여가 중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규제 차원에서 가장 적절하게 대응하고 기존의 사업 영역과 디지털 자산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자는 단연코 증권사"라면서 "당국에서도 토큰증권을 '증권화 토큰'이 아닌 토큰증권으로 명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투자계약증권이 토큰화될 수 있는 점은 향후 토큰증권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비정형적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과는 색다른 투자 상품들이 신규로 출시될 수 있어 이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