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작년 장기채 미실현 손실 38조 육박 "제2 SVB 사태로 번질까" 전세계가 예의주시예치금 감소도 부담…이달 들어 주가 25%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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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최대 증권사 찰스 슈왑이 미국 장기채 보유에 따른 투자 실패로 유동성 위기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사태의 다음 타자로 찰스 슈왑이 지목되고 있다.

    30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찰스 슈왑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보유채권의 가치하락 등 위기를 맞고 있다. 

    SVB와 마찬가지로 찰스 슈왑도 2020~2021년 저금리 당시 장기채권에 대거 투자했다. 하지만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며 장부상 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찰스 슈왑의 지난해 미실현 손실은 290억달러(37조7700억원)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는 미국 최대 증권사 겸 자산운용사로 증권에 특화돼 있다. 자산 규모는 7조달러(한화 9079조원)로 증권 서비스 고객만 약 1270만명에 달한다.

    논란이 확산되자 월터 베팅어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리는 SVB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SVB에는 예금보호 한도 25만달러를 넘어선 예금 비중이 90%가 넘었던 반면 찰스 슈왑엔 이런 예금이 20% 미만이라는 이유에서다. 보유자산도 7조달러(약 9100조원)가 넘어 지역 은행들과는 기업 규모 면에서 압도적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주가 하락과 고객 자금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이달 초 이후 약 25% 떨어지면서 70달러 중반을 오가던 주가는 29일(현지시각) 55.21달러에 마감했다.

    씨티그룹은 찰스 슈왑이 단기적으로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목표가를 75달러에서 65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씨티는 고객 계좌 예치금 감소와 단기 자금조달 비용 증가 가능성을 반영해 찰스 슈왑의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낮췄다.

    예금자들이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점 등이 찰스 슈왑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만약 예금 인출이 찰스 슈왑의 현재 보유 현금과 만기보유증권에서 발생한 미실현 손실을 초과할 경우 연방주택대출은행의 대출 등 단기 자금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고, 이는 막대한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씨티의 크리스토퍼 앨런 애널리스트는 "찰스 슈왑이 이와 같은 대출처를 더욱 자주 활용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단 국내에서는 이번 찰스슈왑 사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확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찰스슈왑이 온라인 브로커리지 증권사인 만큼 국내 금융사와 유가증권이나 대출금 거래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 고령층 특화점포 개설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현재까지 우리 금융시장 및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