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신청 일단락… TSMC 최대 150억弗초과이익환수·기밀제공 등 독소조항 강력 항의나서가드레일 조항까지 '첩첩산중'… 삼성·SK 다음주 방미 최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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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에서 반도체지원법(CHIPSAct)에 따른 보조금 신청에 나선 가운데도 초과이익환수나 세부 영업정보 공개 등과 같은 이른바 독소조항을 두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 투자 추가길이 막히는 가드레일 조항까지 문제가 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들이 다음 주 대통령과의 방미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TSMC는 미국 행정부 측에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인 초과이익 환수와 기밀에 해당하는 세부 영업정보 공개 같은 조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예상보다 강한 태도로 미국 측에 강력 항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업계 회의에서도 그는 "미국 측이 제시한 일부 조건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런 조건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게 우리의 목표이고 미국 정부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실제로 TSMC 측은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최악의 경우 미국 정부에 협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반도체 보조금 신청 사전의향서(SOI)를 신청한 기업이 2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TSMC도 이번에 보조금 신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액공제 70억~80억 달러에 60억~70억 달러 규모의 직접 보조금까지 총 15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미국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거금을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기 위해선 미국 측에서 제시한 여러 조항들을 지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린건데, TSMC는 이 조항이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의 경제성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고 고객사 정보가 외부로 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TSMC가 우려하는 세부 조항 중 하나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나오는 초과이익분을 미국 정부와 공유하자는 부분이다. 미 상무부는 초과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 이익공유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것 자체가 오히려 사안별로 불확실성을 높이는 처사가 될 수 있어 우려는 여전하다. TSMC가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제조시설 중 애리조나 공장에 한해서만 이익을 따져 묻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 애플이라는 미국 최대 기업이자 최대 고객사를 둔 TSMC 입장에서 기밀에 해당하는 영업정보를 공개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TSMC는 고객사인 애플이 자사 정보가 외부에 전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미국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철회를 주장하는 세부 조항에 대해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번 미국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할 것이 유력한 데 역시나 이 같은 독소조항으로 우려가 깊은 상황이다.

    그나마 TSMC는 대중(對中) 투자와 관련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에 관련해선 큰 영향이 없지만 삼성과 SK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투자 규모 대비 미국 측과 나눠야 할 협상 대상이 더 많은 셈이다.

    결국 다음주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복잡하게 얽힌 반도체 보조금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직접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 세부 조항들을 최대한 우리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 반도체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장담하기 어렵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가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신설 관련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신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런 까닭에 이번 방미에서 독소조항을 완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고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