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DS서만 4조 5800억원 손실...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잠정실적서 '감산' 공식화...2Q부터 감산 효과 가시화 이어 하반기 수요회복 예고중장기 경쟁력 확보 위해 설비투자 '예년대로'...美 지원금 관련 협상 적극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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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반도체(DS)사업에서만 4조 5800억 원의 적자를 내며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앞선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 삼성은 이 같은 감산 효과가 2분기부터 가시화되고 하반기에는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상저하고 패턴을 나타낼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2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1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공시한 것처럼 반도체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이에 따라 2분기부터 재고수준은 감소하기 시작했고 감소폭은 하반기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사 수요와 관련해서도 앞으로 개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고조정으로 고객사 재고도 감소하면서 하반기에는 수요가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며 "서버나 스토리지 대비 고객사 재고조정이 일찍 시작된 PC나 모바일 같은 소비자향 제품부터 수요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2분기 이후 반도체 사업 회복 전망을 강조하고 나선데는 지난 1분기 실적이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맞는 최악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며 반도체 부문이 4조 58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에 반도체 사업에서만 8조 4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에 비하며 무려 13조 원이 넘는 이익이 증발한 셈이다.

    4조 원대 영업적자는 이미 시장에서 예견된 바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1분기가 반도체 업황 최악의 국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굳어진 가운데 삼성이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을 거듭한 결과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1분기 D램 빗그로스는 10% 초반 하락했고 평균판매단가(ASP)는 10% 중반대 하락했다"며 "메모리 수요 약세와 맞물려 가격이 추가 하락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 같은 가격하락이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분기까지는 재고평가손에 낸드플래시만 반영됐지만 최근에는 D램까지 확대되면서 실적에 추가적인 영향을 줬다"고 했다.

    메모리 사업 외에 시스템LSI나 파운드리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되고 재고를 쌓아둔 고객사들의 주문이 줄면서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삼성전자도 전략을 바꿀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찌감치 감산을 시행한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에 더해 메모리 시장 절대자인 삼성까지 감산에 동참하면서 감산 효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하는 2분기 이후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서서히 개선될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2분기에 시작된 제조사들의 재고 조정에 이어 하반기부터는 고객사들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맞춰 주문을 재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업황이 회복될 수 있는 동기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수요 회복세가 '상저하고' 패턴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감산 효과는 나타나지만 실적 상으론 회복이 더딜 수 밖에 없고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나타나는 하반기 들어서야 실적도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마디로 함축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성이 높은 탓에 연간 실적 가이던스는 제공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생산 축소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중장기적인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설비투자(CAPEX)는 예년 수준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1분기에는 예정대로 10조 7000억 원 수준의 시설투자를 집행했고 이 중 반도체 부문에만 9조 8000억 원이 투입됐다. 평택 캠퍼스 3기 건설을 마감하는 동시에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4기 인프라 투자 등이 진행됐다. 파운드리 분야에선 미국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과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졌다.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고 우리 기업들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쏟아졌다. 특히 미국이 최근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관련해 몇 가지 독소조항을 제시한 사실과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에 관심이 쏠렸다.

    삼성은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 관련한 조건 제시에 대해 미국 정부에 의견을 제출하고 개별 협상을 통해 우려점 해소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컨퍼런스콜에서 나온 질문에 답하며 "미국 반도체법 인센티브 지원에 따른 의무사항에 대해 우려점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이와 관련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구체화할 것임을 밝혔고 당사도 이런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