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이크론 제재, 메모리 빅2 삼성·SK 반사이익 거론韓 반도체 입장 두고 잇따라 여론전… '미중갈등 리스크' 본격화당장 손해도 실익도 미지수… '볼모' 신세 韓 반도체 불확실성 확대
  •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하며 미중(美中)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한국 반도체가 중간에서 볼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마이크론을 대체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리느냐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다각도로 압박에 나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라 중국시장에서 반사효과를 누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오히려 중국과 미국 측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은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생해 국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시장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강도높은 제재에 나선데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마이크론이 제재를 받으면서 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쏠렸다. 삼성과 SK가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까닭이다.

    이 같은 조치에 미국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우선 미국 정부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동맹국, 파트너사들과 함께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언론도 거들었다. 블룸버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한국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마이크론의 중국 점유율을 차지하도록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며 한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을 압박했다.

    중국도 한국을 대상으로 한 발언과 보도를 이어가며 맞불 작전을 펴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정당한 제재를 경제적 강압으로 묘사하면서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미국 편을 들도록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에 나섰다.

    이어 "마이크론의 대체 공급자 역할을 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억제하는게 목적"이라며 "이는 타국 간의 합법적 상업 협력에 대한 간섭이자 국제 무역 규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국이 그런 간섭을 뿌리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의 39.7%가 중국이었다며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간)에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해 중국과 한국이 협력하기로 했다는 일방적 입장 발표를 하며 중국의 다급한 상황을 드러내기도 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는데, 이 회담 이후 중국 측에서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채널에 "한국과 반도체 산업망 및 공급망 안정 등에 대해 논의하고 양측이 해당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자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우리 산업부는 즉시 반박했다. 산업부는 "반도체 공급망 관련 구체적인 대화는 없었다"며 가뜩이나 심화되는 미중 반도체 갈등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점차 수위를 높인 공격을 주고 받으면서 이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완전히 볼모가 된 모습이다. 기존에도 한국 반도체 산업과 동맹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압박과 회유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중국까지 끼어들어 양측에서 부담스러운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한국 반도체는 더 셈법이 복잡해졌다. 일본이 일찌감치 미국과 손을 잡고 반도체 산업 부활을 꾀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그 어느 편의 손을 덥썩 잡을 수 없는 처지다. 특히나 이번처럼 한국 반도체 기업이 직접적으로 양국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선 실리를 취한다는 명목 아래 어느 한 편을 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만큼 한국 반도체의 대외 리스크만 더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