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익, 2분기 연속 전년比 개선…13분기만외형 성장 속 판관비 저감 등 수익성 개선 기조 지속원가율 개선 기대 속 '토목' 확장… 중기 실적 안정화 전망단기사채 등 급한 불 끄고 '재무구조 개선' 총력
  • ▲ 서울 서초구 소재 KCC건설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KCC건설 본사. ⓒ성재용 기자
    KCC건설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되고 있다. 외형이 꾸준히 성장하는 데다 판관비 저감에 나서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 동시에 원가 반영이 높은 공공토목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사업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재무통’ 이창호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다소 흔들렸던 재무구조도 안정화될 전망이다.

    5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KCC건설은 1분기에 별도 기준 매출 5160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4286억원에 비해 20.3% 늘어나면서 8개 분기 연속 전년대비 외형 성장세를 지속했다. 전분기 5307억원에 비해서는 2.7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83억원에 비해 11.1% 증가하면서 2분기 연속 전년대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이 2분기 연속 증익한 것은 2019년 3~4분기 이후 13분기 만이다. 전분기 34억원에 비해서는 170% 뛰었다.

    영업이익 개선세가 나타난 것은 원가 부담에도 외형 성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판관비 저감 등 조치를 하면서다.

    1분기 매출원가는 4948억원으로, 전년동기 4067억원에 비해 21.6% 증가하면서 2년 연속 악화했다. 1분기 매출 역시 2년 연속 늘어났으나, 원가율 증가폭(123%)이 매출 성장세(108%, 이상 2년 전 比)를 웃돌면서 1분기 원가율은 2021년 89.5%에서 2023년 95.8%로 악화했다.

    가중된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KCC건설은 판관비 저감 노력을 병행했다. 1분기 판관비는 118억원으로, 전년동기 135억원에 비해 12.1% 줄어들었다. 1분기 판관비율은 2021년 4.67%에서 2022년 3.15%로 줄어든 데 이어 올 들어 2.30%로 낮췄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KCC건설은 매출 2조400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추산했다.

    매출의 경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1조8930억원보다 7.76% 늘어나면서 창사 첫 '연 매출 2조 클럽'에 진입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영업손실(10억원)에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먼저 원가율의 경우 앞서 하도급업체에 어려움이 전가되지 않도록 KCC건설이 가격변동분을 모두 반영하면서 원가율이 올라갔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때문에 원가율이 추가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CC건설 측은 "원가율은 지난해 정점을 찍은 뒤 점점 내려가는 추세"라며 "원가율이 올라간 것은 노조 파업, 물류대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가격 급등 등 불가항력적 요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도급업체가 어렵지 않도록 가격변동분을 모두 반영하면서 원가율이 97%까지 올라갔었다"며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선제 대처한 만큼 전분기부터 원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대 요인은 공사비 인상 시비가 비교적 적은 토목부문으로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토목부문 신규수주 규모는 4851억원에 달했지만, 이듬해부터 건축부문 물량을 대폭 늘리는 전략에 따라 토목부문에서 1086억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2021년에는 2133억원으로 수주물량을 대폭 늘렸고, 지난해에도 총 4209억원 규모의 사업을 새로 따냈다. 이에 따라 토목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9323억원을 기록했다.

    KCC건설은 올해도 토목부문에서 수주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분양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토목은 일반건축 등에 비해 마진은 적지만, 여러 리스크에서 벗어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토목의 경우 일단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저가로 수주하는 경우가 많아 마진 폭이 크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민간사업이 아닌 만큼 사업이 도중에 중단되는 등의 리스크가 크지 않고, 발주처에서 물가 상승분 등을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해줘 원가 부담 또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나 최근 분양시장이 크게 식어 주택사업 등은 미분양 리스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와 무관한 토목공사를 늘리는 등 움직임이 중견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중동 스위첸' 시공 현장. ⓒKCC건설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중동 스위첸' 시공 현장. ⓒKCC건설
    이날 기준 KCC건설은 올해 토목부문에서만 총 3666억원의 수주고를 쌓았다. 지난해 토목부문 전체 수주액의 87.1%에 달하는 금액이다.

    2월 KCC건설 컨소시엄은 GTX B노선 제4공구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공사는 5503억원 규모로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기술형 입찰 사업 중 역대 두 번째로 큰 사업이다. 이 중 KCC건설 지분은 46%로, 2533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복선전철 제2공구 534억원 △송산그린시티 서측지구 1단계 3공구 조성공사 385억원 △경부고속철도 평택고가 내진 성능 보강공사 214억원 등의 사업을 따냈다. 

    꾸준히 수주잔고가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 KCC건설은 토목부문에서 전년 384억원 대비 70.9% 증가한 6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연간 2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토목부문의 사업기반 등을 고려하면 KCC건설은 부동산 경기 변화에 대한 일정 수준의 대응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토목부문 등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도급금액 조정을 점차 반영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인 수익구조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3월 신규 선임된 이창호 대표이사 부사장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구원투수'로 나선 이창호 대표는 1964년생으로, 1990년 입사해 재무와 회계 분야를 담당한 '재무통'이다. 앞서 부사장 시절부터 재무분야에 해당하는 관리Ⅱ부문을 총괄했다.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KCC건설이 이 대표를 선임한 것도 재무건전성 확보에 있다. KCC건설은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현금창출력이 약화하면서 차입금이 큰 폭으로 증가해 재무구조에 부담이 가중됐다.

    이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공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섰다. 9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당장 올해 갚아야 할 단기채무를 해결했다.

    앞서 4월 KCC건설은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확정했다. 19일 이뤄진 수요예측에서 900억원 중 130억원의 주문만 받아 흥행에는 실패했다. 단독 주관사인 키움증권을 비롯해 KDB산업은행, KB증권,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대형 인수단이 미매각 물량을 총액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공모발행은 이 대표가 공식 취임한 뒤 처음으로 이뤄진 딜이다.

    그는 전문 분야인 만큼 자금 조달 방식과 시기를 직접 결정했다. PF 리스크와 미분양 공포 탓에 건설 공모채가 아직 디스카운트되고 있는 여건에서 과감하게 시장성 조달 방식을 택했다. 또 개별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도 미매각분을 인수단이 모두 가져가는 조건으로 변수를 모두 제거했다.

    이번 자금 조달로 KCC건설은 급한 불을 껐다. 발행자금 대부분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일 전망이다. 지난해 말 재무제표를 보면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모두 1950억원이다. 이 중 400억원가량을 지난달 상환했다.

    단기차입금을 제외하면 부채 상환 일정은 비교적 느긋한 편이다. 2025년에 전액 상환할 예정인 장기차입금 규모는 116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작다. 2021년 발행한 사채 발행금 500억원도 만기가 내년 이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