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항공보안학회 ‘항공보안 역량강화’ 주제 학회실탄·사제폭탄 등 위해물질 식별 및 대처방안 소개승무원 권한 재정립 및 사법경찰역할 이행 필요성↑
  • ▲ (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 대강당에서 ‘항공기내보안 혁신을 위한 역량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보안학회
    ▲ (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 등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 대강당에서 ‘항공기내보안 혁신을 위한 역량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보안학회
    최근 항공기 운항 중 문이 열리고, 기내에서 실탄이 발견되는 등 항공보안에 구멍이 뚫리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항공산업 회복이 본격화한 가운데 인력 전문성 제고, 상호보완적 협력 등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항공보안학회는 9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립항공박물관 대강당에서 ‘항공기내보안 혁신을 위한 역량강화 방안’을 주제로 2023년 한국항공보안학회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항공보안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관홍 대한항공 항공보안팀장은 “항공보안은 국가 보안기관, 항공사, 공항운영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항공사-공항운영자 이원화 운영이 아닌 공항의 첨단 보안장비 구축, 보안검색대의 승객 행동 탐지 등 통합보안을 통해 실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10일 인천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는 권총용 9㎜ 실탄 2발이 발견됐다. 당시 한 승객이 여객기 좌석 밑에서 실탄 1발을 발견해 승무원에게 건넸으나, 승무원은 실탄을 금속으로 된 쓰레기로 착각해 신고하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와 대한항공은 실탄 발견 문제로 각각 750만원과 500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위해물품의 사진 자료나 모형 확보로 객실승무원의 식별능력 제고에 노력 중이다. 아울러 폭파 위협 등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훈련 외 ‘아이폰 에이드랍 위협 메시지 전송’ 등 시나리오를 다양화해 훈련하고, 객실승무원 전자충격기 격발 실습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기내 반입금지 위해물품 ZERO’ 동영상을 통해 위해물질 대처 매뉴얼을 시연했다. 10여분 가량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실탄, 사제폭발물 등 위험물질에 대한 식별방법, 발견 시 처리 절차 등 대처방안을 다룬 것으로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제작됐다.

    박수진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기내 불법방해행위 발생 시 객실승무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보안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 항공사별로 차이가 있는 보안교육훈련을 통일·확대하고, 보안 항목 평가지표에는 팀워크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평가가 반영될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신입 객실승무원에 대해 1일, 8시간의 보안교육을 실시 중이며 제주항공은 1일 9시간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각 항공사는 정기 훈련으로는 연 1회 실습 2시간, 이론 1시간 등 3시간의 보안교육훈련을 시행 중이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비상시 객실승무원과 운항승무원(기장·부기장)의 특별사법경찰로서의 권한이 강력하게 이행돼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에서 운항 중 문이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승무원 역할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다만 기장의 조종실 이탈이 불가능한 만큼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희복 대한항공 기장은 “기장과 선장은 안전한 운항과 위난을 방지할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 기장의 경우 조종실을 벗어나기 어려워 실질적인 지휘에 한계점이 존재한다”며 “관련 법률과 규칙을 재정립해 기장의 권한을 명확화하고, 비 임무 기장의 권한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회에서는 ICT 기술발전과 항공산업분야의 융합에 따른 사이버 위협에 대한 보안역량 강화 필요성도 제시됐다. 항공사 인프라·시스템, 기내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잠재적 사이버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상훈 극동대학교 교수는 “승객의 편의를 이유로 기내에서의 노트북, 테블릿, 휴대폰을 통한 통신, 와이파이(Wi-Fi) 등 지상과 항공기와의 연결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항공기 사이버 보안 위협이 커짐에 따라 관계자의 정보보호 인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는 항공보안의 허점을 찾아 대책을 강구, 항공산업의 어려움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항공보안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방침이다.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은 “학회는 ‘혼자 배우면 바보가 된다’는 ‘탈무드’의 말처럼 다양한 견해와 시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토론의 장’ 역할을 하겠다”며 “항공보안의 현안문제를 검토, 개선방안을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보는 소중한 기회의 자리가 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