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천차만별손보 메리츠 1위, 생보 신한라이프 1위당국 가이드라인 따라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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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예실차(예상과 실제 차이)'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보험사의 자체적인 예실차 기준에 따라 이익 변동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메리츠화재,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일부 보험사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 예실차에서 이익이 난 반면 실제 비용보다 예상 비용을 더 낮게 책정해 손실을 본 보험사는 이익 지표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 1분기 1100억원의 예실차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614억원)와 DB손해보험(270억원) 등에 비해 높았으며 사실상 업계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다. 손보사 '빅4'인 현대해상은 720억원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올해 1분기 40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251억원) 대비 24.5% 증가한 수치다. 예실차 이익이 많았던 삼성화재도 전년 대비 16.6% 증가한 6133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반면 현대해상은 올해 1분기 전년(3457억원)보다 3.5% 감소한 3336억원의 순익을 거뒀고 DB손보도 전년 동기 대비 16.0% 감소한 406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보험금·사업비 등 자금이 빠질 것으로 추산한 규모와 실제로 발생한 지출 규모의 차이를 말한다. 실제 빠져나간 보험금 등 지출 비용이 예상치보다 적으면 그 차이만큼 수익으로 계산된다. ​

    특히 IFRS17 체제에서는 손해·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을 통해 보험이익과 지출비용 등을 예측하는데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업황이 좋지 않음에도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면서 낙관적 가정을 사용해 실적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이 상황에서 회사가 설정한 계리적 가정이 낙관적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예실차가 활용되고 있다. 예실차 손실이 난다는 것은 실제 비용보다 예상 비용을 더 낮게 책정함으로써 미래 이익을 크게 잡은 것으로 계리적 가정을 낙관적으로 봤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IFRS17 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예실차를 통해 회사의 재무적 신뢰성, 예측의 신뢰성이 검증되는 구조다. 지속적으로 예실차 손실이 난다는 의미는 회사가 제시하는 미래 예상 이익지표들이 믿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는 대부분 손실이 난 가운데 신한라이프가 902억원 가량 예실차 이익을 봤다. 신한라이프는 1분기 책정했던 예상보험금과 예상사업비가 3900억원이었으나 실제 발생한 비용은 2998억원이었다. 

    이어 교보생명이 뒤를 이었다. 예상보험금 및 사업비는 7435억원이었으나 실제 발생액은 7206억원으로 229억원만큼 예실차 이익이 났다. 업계 상위권인 삼성생명이 830억원, 한화생명이 1300억원 적자를 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이나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등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예실차 통제에 나서고 있다. 가이드라인를 적용하면 낙관적인 기준을 적용했던 보험사를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충분한 데이터가 적립될 때까지 보험사 실적에 대한 신뢰는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각 사별 운영 중인 상품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실차 역시 다르게 산출될 수 있는 만큼 예실차로만 보험사를 평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