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한국노총 김준영 위원 해촉 추진… "품위 훼손·부적격"勞 "비상식적·직권남용" 반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위촉도 갈등최저임금 최초요구안도 미제출 상태… 내달 중순까지 벼랑끝 대치 전망
  • ▲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한국노총이 연 '김준영 사무처장 경찰 폭력·과잉 진압 관련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한국노총이 연 '김준영 사무처장 경찰 폭력·과잉 진압 관련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당국이 구속 상태인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을 직권 해촉하기로 했다. 지난 1987년 최임위가 발족한 이래 사상 초유의 행보다. 

    노동계는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근로자위원 측은 22일 예정된 최임위 제8차 전원회의에 앞서 규탄 시위도 예고한 상태다. 법정처리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더욱 험로를 걷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근로자위원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해 직권으로 위원 해촉을 제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재가하면 해촉이 이뤄진다.

    김 사무처장은 이달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하청업체 탄압에 반대하는 고공 농성을 하던 중 경찰 진압에 폭력 대응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직무태만이나 품위손상, 그밖의 사유로 인해 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김 사무처장이 불법시위는 물론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흉기를 사용해 대항한 것은 노사법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불법행위"라며 "이는 전체 근로자를 대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으로서의 품위를 심각히 훼손한 셈이고, 위원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 고용노동부.ⓒ뉴데일리DB
    한국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노동부의 비상식적 결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김 사무처장이 법적 구속 상태인 점을 이용해 강제 해촉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최임위 내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노동부의 월권이며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김 사무처장의 부재와 관련해 최임위 차원의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위임 받은 자가 대리 표결을 할 수 있는 운영규칙 개정을 약속했었다"며 "그러나 노동부는 난데 없이 이런 논의 과정을 무시한 채 해촉 절차를 진행하겠으니 신규 위원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와 한국노총은 김 사무처장의 후임을 두고도 갈등을 빚는 상태다. 한국노총은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후임으로 위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노동부는 김 위원장이 고공 농성 당시 김 사무처장과 함께 위법행위를 한 '공동정범'임을 지적하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그동안 한국노총 측에 현행법상 적합한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한국노총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이 김 위원장 말고는 다른 후보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임위의 위원 정수는 각 대표 집단의 성패가 달린 예민한 문제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노·사·공이 동수를 이루는 구조다. 김 사무처장의 불참으로 1명의 공백이 생기면 노동계가 표결 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대리 표결권을 요구해온 이유다.

    노동부의 직권 해촉 추진으로 인해 대리 표결권은 사실상 논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해촉 제청과 신규위원 추천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상 초유의 해촉을 둘러싼 갈등으로 최저임금 심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법정처리시한은 오는 29일까지로 불과 일주일여 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노·사 양측은 아직 임금 수준을 정하는 첫 단계인 최초 요구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해촉 건을 둘러싼 노·정 간 잡음이 지속하면 최임위 심의 일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다음번 제8차 전원회의는 22일 예정돼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회의에 앞서 노동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해촉에 대한 본격적인 반발에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논의가 법정시한을 넘겨 노동부 장관 고시를 위한 마지노선인 다음 달 중순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