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도래 채권 이자 2250만불 못 갚아… 30일간 유예기간헝다보다 프로젝트 물량 4배쯤 많아, 파산 시 충격 클 듯일각에선 "中당국, 회생 관리할 것… 경기부양책 가능성도"
  • ▲ 중국 매출기준 부동산 1위 업체 비구이위안 로고.ⓒ연합뉴스
    ▲ 중국 매출기준 부동산 1위 업체 비구이위안 로고.ⓒ연합뉴스
    지난 2021년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위기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마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면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과 중국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296억 원쯤)를 갚지 못했다.

    비구이위안은 앞으로 30일간 지급 유예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에 이자를 갚지 못하면 비구이위안은 부도를 맞는다.

    알려진 바로는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현재 아파트 건설 등 3000개의 프로젝트와 관련해 1조4000억 위안(1990억 달러쯤)의 부채가 있다. 다음 달 58억 위안 규모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고 이자로 4800만 위안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다. 또한 34억 위안 상당의 채무를 갚거나 연장해야 하는 옵션도 걸려있다.

    파장은 이미 시작됐다. 해당 채권 가격은 급락하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구이위안의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8일 기준 비구이위안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14.4%나 폭락한 상태였다.

    비구이위안은 헝다, 완커(萬科)와 함께 중국 3대 부동산 개발기업으로 불린다. 매출 기준으로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이다. 헝다그룹의 디폴트 이후 중국 당국의 부동산 경기 부양 기대감에 지난해 500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개발 계약을 맺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비구이위안의 월간 계약 물량은 1280억 위안(23조3200억 원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어들었다.

    문제는 비구이위안이 헝다보다 4배쯤 많은 프로젝트 물량이 있어서 디폴트 현실화 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끼칠 충격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중국은 최근 수출·입 실적이 감소세이고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마저 0.3% 하락하며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 거품 논란 속에 연쇄적인 부동산 개발기업의 디폴트 위기는 부동산 시장 붕괴를 가속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미분양 상업용 부동산 면적은 6억4159만㎡로, 1년 전보다 17% 증가했다. 이 중 미분양 신규 주택 면적은 18% 늘었다.
  • ▲ 중국 베이징의 건설 현장.ⓒ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의 건설 현장.ⓒ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선 비구이위안 사태가 기존 헝다 사태 등과 견줬을 때 메가톤급 충격파는 없을 거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일각에서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는데 중국 경제 전체를 흔들 이슈는 아니다. (중국 정부가 한두 업체쯤) 꼬리 자르기 선에서 관리에 나설 것"이라며 "2년 전쯤 헝다그룹 디폴트 위기와 관련해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은 다른 기업의 위기설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비구이위안 디폴트가 현실화한다면 (중국 정부는) 최대한의 자산 매각으로 문제를 해결토록 하고 여의찮으면 지방정부가 공공자금을 투입하도록 할 것이다. 그래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기업을 인수케 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이는 (비단) 중국이나 부동산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대처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조만간 부동산 경기 부양책 등 어떤 형태로든 액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비구이위안이 헝다 사태 때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으려고 중국 당국이 취한 자금 지원 등의 최대 수혜자였고,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 온 만큼 적절한 시점에 회생 절차를 밟을 거라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동안 강조해 온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경고성 슬로건이 빠졌다는 점도 이런 시장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김 본부장은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 문제는 부동산 개발기업이 이자를 갚지 못했다는 게 아니라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재산세 부과 등의 문제로 수요자 불안이 커졌다는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정책 지원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연합뉴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