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오프닝 효과 난망…韓 경기 '발목' 원/달러 환율 한 때 1340원 돌파 경기회복 빠른 美… 달러화 가치 높인다
  • 한국 금융시장이 때아닌 '차이나리스크'에 직면했다. 중국 부동산기업의 잇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국유기업으로 확산되며 중국발(發) 금융위기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코스피는 2% 가까이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340원까지 치솟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올해 1% 경제 성장률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원/달러 환율 한 때 1340원 돌파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 환율은 6.0원 오른 1336.9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지난 5월 17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 때 1340원을 넘어서며 혼선을 거듭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6%(45.23p) 하락한 2525.6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역시 2.59%p 빠지며 878.29에 마감해 900선에서 밀려났다.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의 수출과 내수가 모두 둔화되는 상황서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디폴트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유기업인 위안양까지 채무변제에 실패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연쇄 디폴트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위안양그룹은 지난 13일 만기였던 이자 2094만달러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부동산 업계의 위기는 금융사로 빠르게 전이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주요 부동산 신탁사인 중룽국제신탁은 중국 상하이증시 3개 상장사에 대한 만기 상품의 현금 지급을 돌연 연기했다. 연기 규모는 약 64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뒤따른다. 

    특히 중국의 7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주요 지표가 시장 추정치를 밑돌며 이번 부동산 위기가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뒤따른다. 

    중국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위한 단기 정책 금리 인하에 나섰으나 위안화 하락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부동산업체의 총부채가 100조위안, 우리돈으로 약 1경8000억원에 달해 실질적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큰 악재다. 올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로 하반기에는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회복을 기대했으나 중국 경기 부진 속 국내 실물지표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 경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경기 흐름 전망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 ◆ 회복 빠른 美… 달러화 가치 높인다

    중국의 경제 불안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더욱 공고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거나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빠른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이 고금리 속에서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우리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 실적은 전월 대비 0.7% 올라서 시장 전망치(0.4%)를 뛰어 넘었다. 미국의 탄탄한 소비는 수요 측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현 고금리(5.25~5.50%) 상황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경기 확인에도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연착륙을 포기하지 않는 연준 입장에서는 추가 인상보다 장기간 고금리 유지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 전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면서 "금리 인상 종료를 선언하기엔 이르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중국 경제가 휘청하는 사이 미국의 탄탄한 경제를 기반으로 달러화는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기준,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103.20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 99.84 과 비교하면 달러화 가치는 최근 빠른 속도로 올랐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8월 오름세가 재개돼 연고점인 1343원에 다가섰다"면서 "한국의 수출 부진 속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중국 부동산 기업 디폴트 등이 연달아 발생해 원화 매도 압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