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감염학회, 항생제 사용량 분석 연보 발간15세 미만 항생제 처방률 성인 대비 2배 ↑ 100병상 미만 병원급, 상급종합 대비 처방 3배 높아가장 많이 사용된 항생제 '세팔로스포린' 계통 항생제 스튜어드십 구축 앞서 제도적 지원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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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 4위로 '항생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항생제 내성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 처방 빈도가 성인에 비해 2배나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5일 질병관리청은 대한감염학회와 공동으로 전국 의료기관 항생제 사용량 분석 및 환류시스템(KONAS)을 기반으로 '항생제 사용량 분석 연보'를 첫 발간했다.
     
    전체 항생제 사용량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15세 미만 소아 처방은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및 KONAS 참여기관 모두에서 성인보다 높게 나타났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이번 통계에서 소아 항생제 사용량(15세 미만, 평균 2,028.8 DOT)이 성인(15세 이상, 평균 1,215.3 DOT)에 비해 약 2배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광범위한 항생제를 사용한 경향이 있어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특히 소아 항생제 처방에 대한 명확한 국내 지침이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2020년 서울대병원 박상민 가정의학과 교수는 항생제 사용과 소아비만의 연관성을 입증했고 당시 국내 24개월 미만 영유아 항생제 처방률이 약 99%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생후 24개월 이내 영유아는 항생제 투여에 신중해야 한다"며 "항생제 사용에 따른 득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방하고 무분별한 처방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성인・소아에서의 일반항생제 사용량 비교. ⓒ질병관리청
    ▲ 성인・소아에서의 일반항생제 사용량 비교. ⓒ질병관리청
    ◆ 병원급 의료기관 처방률, 상급종합·종합병원 대비 3배↑

    이번 분석 연보에서 전국 의료기관의 병상 규모에 따른 항생제 사용량 분석 결과, 100병상 미만의 병원이 가장 많은 항생제를 사용(4324.1 DOT)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적은 항생제 사용량을 나타낸 300-599병상 규모의 병원(813.4 DOT)과 약 5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병원 종별 항생제 사용량은 일반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항생제 사용량보다 약 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항생제는 '세팔로스포린' 계통의 항생제로 나타났다. 

    1세대, 2세대 세팔로스포린 계통 항생제는 피부·연조직 감염, 일부 기도 및 복부 감염 시 주로 사용되며 3세대, 4세대 세팔로스포린 계통 항생제는 광범위 항생제로써 중등도 이상의 감염이 있는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처방이 보류된 항생제는 수퍼박테리아로 알려진 녹농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등 다제내성균 감염치료 시 마지막 단계에 사용하는 '콜리스틴(전국: 3.86 DOT, KONAS: 3.58 DOT)'이었다.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려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량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구축한 KONAS 활용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국내 의료기관의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항생제 스튜어드십(stewardship) 실효성 확보 숙제 

    질병청은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시행 중이며 핵심은 KONAS를 기반으로 적정 사용량을 분석하고 환류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미흡한 지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해 내성의 위험을 줄이면서 경제적인 이익도 발생시키는 전략을 확보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소재 종합병원서 근무 중인 한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적용 중인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국내에서도 적용하자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나 현실적으로 인력과 운영비용의 문제로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 분석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 항생제 사용량 관리를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만 단계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