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파리바·HSBC 무차입 공매도 당국 첫 적발공매도 제도 개선 국회 청원 5만명 달성에 내달 국회 논의여야 법안 발의 및 제도 개선 촉구에도 당국 부정적 입장투자자연합회, 금융위 손해배상 소송 제기하며 압박 수위 높여
  • ▲ ⓒ원혜진 기자
    ▲ ⓒ원혜진 기자
    그간 시장에 소문만 무성했던 무차입 공매도가 금융당국에 처음으로 적발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던 공매도 제도 개선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투자은행인 BNP파리바·HSBC는 수개월 동안 60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일삼다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들은 국내 주식 110개 종목에 총 5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에 나중에 사서 갚는 방식인데 빌리지도 않고 매도만 하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장기간 상습적으로 벌어진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적발 사실에 개인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간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 재개에 앞서 무차입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은 물론 공매도 상환기간, 공매도 담보비율 등 외국인·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수많은 당국 민원을 통해 주장해왔던 것들이 최초로 적발된 것으로, 이제라도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 "그러나 사후적 적발에 포커싱되면 안 된다. 사전 예방·적발을 통해 개인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상반기까지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던 무차입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비용과 기술상의 이유로 아직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장해온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만큼 당국은 조속히 관련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낳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 3일 국회에 등록된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이 지난 12일 기준으로 5만명 동의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공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며,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청원에는 무차입·무기한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기관·외국인의 상환기간 제한 등이 담겼다. 

    청원인은 "현 자본시장법은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으며, 단지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게 돼 있으나 현 증권거래 시스템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주식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여지가 농후하다"고 밝혔다.

    내달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가 국민동의청원을 본격 논의하면서 공매도 관련 법안도 검토할 전망이다. 

    현재 김경협·박용진·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매도 제도개선안을 담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강훈식 의원도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강훈식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 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강 의원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많은 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고 필요하면 나도 발의하겠다"며 "더욱이 올해 말까지 법제연구원도 공매도를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선안 연구를 준비한다고 밝힌 만큼 관련 법들이 논의되도록 금융위가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제도를 개편하고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감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기관·외국인의 담보비율을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질의하자 "(이미) 개인 투자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다 해드렸다"며 "국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도 없고 현실적으로 똑같이 하는 것도 어렵다"고 답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당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 등을 열어온 한투연은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금융위원회가 증시 폭락 사태 당시 공매도 금지조치를 내리며 잘못된 보도자료를 배포함에 따라 발생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책임을 묻는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불이행함으로써 신의를 위반한 것에 대한 피해 보상도 소장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투자자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하는 금융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불공정한 제도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제도 개선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