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인수 시 글로벌 8위 해운사로 도약벌크-컨선 운영 균형으로 변동성 완화 기대도해운 불황과 경쟁 심화는 풀어야할 숙제
  • ▲ HMM 누리호. ⓒHMM
    ▲ HMM 누리호. ⓒHMM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황이 다운 사이클로 진입하면서 인수 이후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전날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하림그룹이 인수 주체인 계열사 팬오션을 통해 HMM 인수를 마무리하면 머스크나 MSC 등 글로벌 해운사와 견줄 수 있는 초대형 국적선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주체가 그룹 내 벌크선사인 팬오션인 만큼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의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톤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또 팬오션이 벌크선 중심, HMM이 컨테이너선 중심인 만큼 두 기업 간 결합으로 독점 우려가 커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오히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 서로 다른 시장인 만큼 각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경우 벌크선 사업과 컨테이너선 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시황 변동성을 대비하고 있다.

    HMM도 과거 현대상선 시절 2001년말 컨테이너선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3%였다. 나머지는 자동차 수송(21.4%), 원유·LNG 등 탱커(15.1%), 곡물 등 건화물(10.9%), 석탄·철광석 등 전용선(2.3%) 등이 채웠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와 분리 매각 등을 거치며 현재 컨테이너선 중심의 해운사로 바뀌었다. 지난해 기준 HMM은 매출의 93.1%(17조3050억원)는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나왔으며 벌크선 사업 매출은 5.9%(1조948억원)에 불과하다.

    두 회사의 매출 구조를 단순 계산하면 컨테이너선 사업과 벌크선 사업 비중은 3대 1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진다.

    해운업계가 인플레이션과 국제 경기 둔화로 불황에 접어든 점과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이 2025년 해체 예고로 글로벌 해운업계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존재한다. 

    지난 15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093.52를 기록했다. SCFI는 올해 내내 800~1100선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SCFI는 통상 1000을 손익분기점으로 삼는다. 지난해 초 5000을 넘으며 해운업이 호황을 맞았지만 올 들어선 맥을 못 추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이 겹친 영향이다.

    HMM은 원가 절감을 통해 900선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으나 현 상태가 장기화하면 큰 이익을 내기에는 어렵다.

    해운업황은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올해 신조선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로 메탄올 연료를 쓰는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신규 공급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해운 조선업 2024년 전망에 따르면 “선사들이 투입 선복을 감축하고 노후 선박 폐선을 앞당기며 시황 하락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가격 하락을 막긴 어려울 것”이라며 “2026년까지 시황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