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50개 도시서 영업…2021년 우회 상장 당시 20억달러 가치평가스쿠터 사고 늘면서 일부 철수…코로나19 후폭풍 겹쳐 9월 상장 폐지
  • ▲ 버드의 전기 스쿠터. ⓒ버드
    ▲ 버드의 전기 스쿠터. ⓒ버드
    전 세계 350개 도시에서 전기 스쿠터 공유 사업을 벌이는 미국의 버드(BIRD)가 파산을 신청했다.

    2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버드가 이날 미국 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파산보호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버드는 전기 스쿠터를 공유하는 사업모델을 앞세워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신생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에 올랐던 업체다.

    2017년 설립된 버드는 도심에서 배기가스 배출 없는 전기 스쿠터의 인기에 힘입어 2010년대 후반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22개 도시로 사업을 확대했고, 세쿼이아 캐피털 등 유명 벤처캐피털 업체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버드의 영업 지역은 미국 주요 도시는 물론,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의 각 도시까지 전 세계 350개 이상의 도시로 확대됐다.

    특히 2021년에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뉴욕증시에 우회상장을 하기도 했다. 당시 버드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전기 스쿠터가 지정된 구역을 벗어나는 일이 잦아지고 수많은 사고에 휘말리면서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파리‧몬트리올‧라스베이거스‧뉴올리언스는 결국 스쿠터 운행을 금지했고, 바르셀로나‧토론토‧뉴욕 등 스쿠터 운행을 허가하지 않던 대도시들도 동참했다.

    그 여파로 2022년 10월 독일과 노르웨이를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철수했고 올해 초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사라졌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매출이 급감하는 등 경영위기까지 더해졌다. 버드는 정리해고 등을 통해 경영개선에 나섰지만,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고 9월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향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설 계획인 버드는 파산보호 기간에도 세계 각 도시에서 전기 스쿠터를 공유하는 사업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AFP에 따르면 버드는 이번 파산신청으로 미국 사업에서 자산매각이 수반되지만, 유럽과 캐나다 보유자산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버드는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회사를 더 좋은 위치로 만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파산과 구조조정은 90~120일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