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파운드리 생산기지 신설...32.5조 투입美 칩스법 등에 업고 적극 투자 기조 이어가...유럽에도 공장 확대TSMC "가장 우려하는 경쟁자"...美 신공장 양산 시점 늦춘 삼성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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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업계 최강자인 대만 TSMC도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들 사이에 낀 삼성의 2위 자리가 위태롭다는 전망도 나온다.28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이스라엘에 차세대 공정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와 투자 약정을 맺었다. 여기에는 250억 달러(약 32조 5000억 원)가 투입되고 이스라엘 정부가 이 중 약 13%(32억 달러)를 지원하는 구조다.인텔의 이스라엘 신공장은 오는 2028년 완공해 가동을 시작한다. 최소 2035년까지는 운영이 예정돼있다.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을 중심으로 하던 인텔이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이 속속 이행되는 모습이다.펫 겔싱어가 지난 2021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면서 인텔은 다시 반도체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TSMC와 삼성이 일찌감치 선점한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지난 몇 년간은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데는 반도체 공급망 재건을 노리는 미국과 유럽 정부의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추진해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한다. 업계에선 이 법의 최대 수혜자가 인텔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유럽에서도 인텔 생산공장을 유치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건 국가들이 늘어섰을 정도다.그런 까닭에 파운드리업계 최강자인 TSMC도 인텔의 전략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인텔 뿐만 아니라 2위 삼성도 TSMC를 따라오기는 힘들다고 자신했던 반면 최근엔 인텔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지난 10월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경쟁자는 삼성이 아닌 인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기술에서도 TSMC나 삼성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텔의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 핵심 제조 장비로 꼽히는 네덜란드 ASML사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ASML은 첫 하이 NA EUV를 인텔에 공급했다고 밝혔고 향후 5~6대 가량을 추가 공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인텔은 내년 상반기 2나노급에 해당하는 '20A' 공정으로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TSMC나 삼성전자가 2나노 양산 시점으로 잡은 2025년보다 1년이나 앞서는 속도로, 실제 이행만 된다면 기술력에서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은 인텔이 업계에서 가장 선진 기술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1.8나노 공정까지 개발하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강력한 1인자 TSMC에 이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인텔까지 무서운 속도로 파운드리 시장 장악에 나서면서 중간에 낀 삼성전자도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악화로 고전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미국 테일러에 신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도 가동 시점을 뒤로 미뤘다. 원래 계획은 내년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와 인허가 등이 지연되면서 오는 2025년 본격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삼성 파운드리가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가운데도 경쟁사들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내년 이후 반도체 시장이 되살아나면 삼성도 투자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는 선제적인 투자가 향후 사업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탓에 삼성도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 분위기에 다시 뛰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