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판박이 지문 연이어 겹친 경위 등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EBS교재는 감수본에만 실리고, 실제 발행되지는 않아교육부, 오석환 차관 주재로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 개최
  • ▲ EBS 수능 연계 교재.ⓒ연합뉴스
    ▲ EBS 수능 연계 교재.ⓒ연합뉴스
    지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영어 문항과 사실상 똑같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던 대형 입시학원 인기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이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교육방송(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던 것으로 밝혀져 교육 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교육부는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오석환 차관 주재로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회의에서 수능 연계 EBS 교재의 집필 과정 등을 점검하고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짚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2022년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시험의 23번 문항 지문이 메가스터디 조 모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에 유사하게 실렸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됐다. 수능이 끝난 후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선 이 지문이 메가스터디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똑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지문이 발췌된 책은 당시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상태여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이 끝나고 닷새간 접수한 이의 신청 660여 건 중 100여 건이 23번 문항과 지문에 집중됐다.

    하지만 평가원은 우연의 일치라는 태도였고, 별다른 조처도 없었다.

    그런데 같은 지문이 지난해 1월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다가 빠져 감사원이 경위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평가원이 감수한 EBS 교재 속 지문은 수능에도 출제된다.

    교육업계는 같은 지문이 비슷한 시기에 대형 입시학원 1타 강사 문제집에 이어 수능과 EBS 교재에까지 실리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해당 1타 강사는 현직 고교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사들인 문항으로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