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KT 수장 교체 속 '안정' 초점 인사…최장 CEO 등극취임 이후 일회성 요인 제외, 안정적 실적 성장 인정받아자체-해외-핀테크 등 '결제 프로세싱 대행' 한계 탈피 노력
  • ▲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 ⓒBC카드
    ▲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 ⓒBC카드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KT에 인수된 이후 최장 CEO(최고경영자)로 등극을 앞두고 있다. 새 임기의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업계에서는 자체 카드 활성화를 비롯해 해외 결제망, 핀테크 고객사 유치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한계로 꼽혔던 '결제 프로세싱 대행업무'의 틀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CEO에 최원석 현 대표를 단독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2021년 BC카드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지난해 초 재선임됐고, 단기 임기 9개월을 받아 지난해 말로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CEO의 4년간 장기 신임은 2011년 KT가 BC카드를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임추위는 "BC카드의 CEO 경영 승계규정에서 규정하는 CEO로서의 자격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BC카드는 곧 주주총회를 열고 최 대표의 선임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업계에서는 최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분위기였다. 대주주 KT의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KT는 정권 교체에 따라 CEO가 바뀌는 '주인 없는 기업'의 대표적 사례다. 남은 임기까지는 보장받더라도 정권이 바뀐 후 대표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잔여 임기와 관계없이 사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BC카드 대표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KT 대표가 교체되면 자연스럽게 BC카드 대표도 바뀌어왔다. 2014년 황창규 KT 대표가 취임했을 때 BC카드 대표도 이강태 대표에서 서준희 대표로 교체됐다. 2020년 구현모 대표 선임 직후에는 이문환 대표가 물러나고 이동면 대표가 선임됐다.

    최 대표의 연임은 이러한 굴레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8월 김영섭 KT 대표가 새로 취임했음에도 최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모기업 KT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임시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재선임됐고, 단기 임기 9개월을 부여받았다.

    2011년 KT가 BC카드를 인수한 이후 3년 넘게 CEO 자리를 지킨 인물은 최 사장이 유일하다. 이전 BC카드 대표 6명의 평균 임기는 약 22개월이다. 타 카드사 CEO들이 통상 '2+1년(최초 임기 2년에 1년 연임)' 총 36개월의 임기를 보장받은 데 비해 짧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비KT 출신인 최 대표가 최근 KT 수장 교체에 따른 경영진 세대교체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카드업계 전반의 업황이 어렵다 보니 새로운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해 기존 시스템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둔 인사라는 평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의 경우 케이뱅크, 업황 침체 등 외부요인에 의해 일시적이었고, 최 대표 부임 이후 실적이 줄곧 성장세였다는 점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취임 첫해인 2021년 순이익은 1015억원으로, 전년 696억원에 비해 45.8% 신장했다. 이어 2022년에는 이보다 6.73% 더 증가한 108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들어서는 실적이 반토막났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98억원으로, 전년 1086억원에 비해 54.1% 줄어들었다.

    BC카드 측은 "지난해 1분기 발생한 케이뱅크 관련 파생상품 평가손(동반매각청구권)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기저효과가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주력사업이 '결제 프로세싱 대행업무'라는 한계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BC카드는 1983년 은행신용카드협회를 모체로 설립됐으며 시중은행들을 회원사로 확보해 가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왔다. 쉽게 말해 은행, 카드사 등 회원사를 대상으로 결제망을 공급하고 가맹점 전표 매입, 정산 등 업무를 대행해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다만 이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때문에 2021년 전북은행과 SC제일은행이 회원사에서 이탈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최대 고객인 우리카드가 '독자결제망' 구축을 선언하자 업계 안팎에서 실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입업무수익은 2조3894억원으로, 전체 영업수익에서 79.7%를 차지하고 한다. 해당 비중은 2021년 88.1%, 2022년 91.8% 등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로 높다.
  • ▲ BC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 BC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BC카드는 2021년부터 자체 카드상품을 내놓으면서 카드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BC카드의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개인 신용판매 이용실적은 1조4000억원 정도로 업계 하위권 카드사인 하나카드(33조원)에도 못 미친다.

    이에 자체카드 브랜드 육성과 핀테크 제휴, 해외 결제망 사업, 데이터 사업 등 대안 찾기에 나서며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최 대표 역시 연임에 성공한 만큼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계속 힘쓸 것으로 보인다.

    자체카드 브랜드 '바로카드'를 육성 중이며 2021년 론칭 이후 20종 이상의 카드를 만들었고 카드론·리볼빙 등 금융사업부문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신세계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출시 콜라보도 활발히 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을 대신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KG모빌리언스 등 주요 간편결제사들과 제휴를 체결하면서 전체 고객사(42개) 4곳 중 한 곳을 핀테크로 채우는 등 소비자 대상 사업도 확대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카드 산업이 성장하면서 은행들도 직접 카드사업을 영위하는 시대가 왔다"며 "은행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핀테크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카드사나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가운데 BC카드가 가진 사업구조가 다각화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여러 가능성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C카드는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적이었다. 주력 해외사업인 'N2N(국가간 결제망 연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몽골중앙은행과 디지털 금융 기반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으며 이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법인 순이익은 2억87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관계자는 "N2N 사업은 아직 준비단계이지만 결제망 구축의 기반이 되는 단말기 판매 등에 힘입어 전체 해외법인 재무성과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데이터 분야에서 카드사 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데이터 전문기관, 가명정보 결합전문 기관 등 국내 4개 라이선스를 모두 확보하면서 데이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BC카드가 다양한 데이터 사업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둔 셈이다.

    이밖에 NFT(대체불가토큰)사업을 카드사업과 연계해 고객서비스와 연결하려고 시도하면서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카드결제 연계형' NFT 발행 서비스를 출시했다. NFT 관련 특허는 지난해 3종이 출원돼 심사 중이며 또 다른 3종도 준비하고 있다.

    본업 성장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 확대 정책으로 회원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BC카드 측은 "전통 금융권 중심의 프로세싱 고객사를 간편결제, 해외송금, AI 투자 등 핀테크 업권으로 다변화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BC카드만의 경쟁력을 낼 수 있는 분야들에서 수익을 거둘 일만 남았다"며 "최 대표가 재임 기간 내세운 수익다각화 전략에 맞게 기존 사업에 치중하지 않고 이익을 거둘만한 다양한 사업들에 씨를 뿌려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