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급락에 투자자 손실 눈덩이…최대 5조원대 가능성불완전 판매 뿌리 뽑아야 하지만 '자기책임 원칙' 벗어나기 어려워10명 중 9명 ELS 투자 경험 있어…앞선 사모펀드 사태와는 달라 "투자는 투자자의 책임입니다" 문구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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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3년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권 전체의 긴장도가 높아졌다.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ELS 가운데 80%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은행권을 향한 질책이 거세다.언론을 통해 ELS 불완전 판매 사례가 보도될 때마다, 은행권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지기도 한다. 불완전 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대규모 손실이 곧 불완전 판매로 직결되는 모습은 온당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적인 투자 실패가 피해로 둔갑해선 안 되며, 투자자도 판매자에 상응하는 수준의 '자기책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이익의 상한은 한정돼 있지만 손실은 100%까지 볼 수 있는 상품이다. 상방은 한정됐지만, 하방은 뻥 뚫려있는 이른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보게 된다.판매사들이 이러한 고위험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면 큰 문제다. 만약 불완전 판매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실제 ELS 손실을 본 소비자끼리 결성한 'ELS 가입자 모임'은 최근 불완전 판매를 규탄하는 금융감독원 앞 대규모 집회, 집단소송, 기자회견 등에 나서는 상황이다. '손실'이란 상자가 열린 뒤 벌어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이다.하지만 ELS 투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이들에게 의구심을 가질만한 대목이 있다.ELS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상품 가입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상품 가입자 중 과거 ELS 투자 경험이 있는 가입자는 10명 중 9명(91.4%)에 이른다. 투자자 대부분이 과거 ELS에 가입해 수익을 낸 기억이 있는 투자자란 셈이다.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가 고령자 등 금융 취약층에게 주로 판매됐다는 점도 의문이 드는 점이다.해당 ELS 판매가 60대 이상에 많이 된 것은 사실이다. 5대 시중은행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은 작년 11월 말 기준 13조579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60대 이상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5%(약 6조4541억원)에 달한다.다만 세부 연령별로는 60대가 약 4조3600억원으로 67.6%를 차지한다. 전체 연령대별로 봐도 60대 고객은 전체 연령대 중 32.1%를 차지해 가장 많이 보유한 나이대로 집계됐다. 60대를 금융상품 이해가 어려울 정도의 '금융문맹' 세대로 간주해야 할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금융사에서 판매한 투자상품은 이익이 날 때는 아무런 탈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손실이 발생하면 항상 논란이 된다. 지난 2019년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있었고,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문제도 있었다.라임펀드 사태 당시엔 금융투자상품 분쟁 사상 전례가 없는 투자 원금 전액 반환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ELS 사태의 경우 앞선 DLF나 사모펀드와 같은 사기성 상품과 같이 볼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투자자들은 상품 투자 및 운용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모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문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익을 봤을 땐 침묵하지만 손실이 생기면 불완전 판매에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적합성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