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가입자 모임', 19일 금감원 앞에서 불완전판매 규탄 집회 ELS 가입자들 "우린 투자자 아닌 피해자"은행권 "대부분 재투자…원금손실 몰랐다면 말 안돼"
  • ▲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배상안 마련을 오는 3월로 예고한 가운데, 금융사와 소비자 간 신경전이 날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ELS 가입자 모임'이 원금보장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고, 은행권 종사자들은 투자자 책임을 강조하며  할 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현장검사와 함께 불완전판매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민원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민원조사에서는 조사 인력과 민원인, 금융사 판매 직원이 ‘삼자대면’을 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상안 마련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조사를 마친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현장점검과 함께 민원조사가 병행되기 때문에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는 배상안의 기초가 되는 만큼 ELS 가입자들은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LS 손실을 입은 소비자들이 결성한 ‘ELS 가입자 모임’은 이날 오후 금감원 앞에서 불완전판매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모임 측에서 추산하고 있는 참여인원은 약 500명이다. 

    이들은 고위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은행이 원금보장은 물론 피해보상까지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모임 측 관계자는 “은행 핵심성과지표(KPI)라든지 성과급 때문에 엄청난 결과가 일어난 것”이라면서 “우린 투자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ELS 가입자들은 현재 금감원에서 진행 중인 삼자대면 민원조사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모임 관계자는 “피해자는 대부분 혼자 가는데 은행에서는 관계자들이라고 해서 가입 담당자 외 여러 사람이 들어와 위축감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할 말을 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A은행의 한 지점장은 “과거와 달리 창구마다 녹음장치, 촬영장치가 달려있다”면서 “은행들도 안전장치, 방어장치를 다 해 놔서 우리도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설명, 녹취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고 고객이 서명하고 해피콜 등을 통해 확인까지 철저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지점장은 또 “손실이 난 고객이 모두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책임지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은행원들 사이에선 투자자 대부분이 재투자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도 손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90% 정도가 재투자이기 때문에 원금손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판매하는) 은행원이 손실의 가능성을 몇 퍼센트까지 예측할 수도 없지 않냐”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삼자대면 등 영업점 은행원을 몰아세우는 금감원의 조사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지난 18일 금감원 면담을 진행했다. 

    한편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증권사에서 100억원, 은행권에서 1000억원대 손실이 확정된 상태에서 H지수가 반등하지 않으면 올해 손실 규모가 5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