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홍콩 증시 급락…H지수 1년여 만에 5000 하회삼성증권 '항셍테크 ETN' 조기 청산…24일 상폐 절차ELS 이어 ETN 대규모 손실 '도미노 쇼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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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증시가 추락하면서 중국 테크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폭이 연일 확대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그 여파가 ETN 등 다른 파생상품에도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발행한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전일 오후 3시 55분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해당 상품은 오는 24일부터 상장 폐지 절차를 진행한다.

    해당 ETN은 전일 종가 기준 지표 가치가 전일 대비 6.62% 하락한 987원으로 하락하면서 조기 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지표 가치란 만기 시점에 받을 수 있는 해당 ETN의 실질 가치다. 본래 만기일은 오는 7월 19일이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2020년 8월 이후 상장한 ETN의 경우 정규시장 종료 시점에서 실시간 지표 가치가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미만인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기 청산된다. 

    이 ETN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대형 테크 기업 30개사의 주가로 산출되는 항셍테크지수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항셍테크지수가 오르면 수익도 2배가 되지만, 떨어질 경우 손실도 2배가 된다.

    전일 항셍테크지수는 전장보다 3.02%(94.45포인트) 내린 3035.47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50개 기업 주가로 산출되는 홍콩H지수(HSCEI) 또한 전날보다 2.44% 내린 5001.9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3% 가까이 급락해 5000선을 밑돌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번 상장 폐지는 시작에 불과할 뿐, 홍콩 증시 급락의 여파는 더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내 홍콩 관련 지수가 기초자산인 ETN 상품은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 외에도 7개(인버스 제외)가 있다. 이들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마이너스 20~35%에 달한다.

    실제 홍콩 H지수를 2배 추종하는 '삼성 레버리지 HSCEI ETN(H)'도 조기 청산 위기에 처했다. 이 ETN의 지표 가치는 전일 1701원까지 하락, 일주일 새 15.7% 급락했다. 이에 삼성증권은 지난 1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조기 청산 사유 발생 가능성에 따른 투자유의를 공시했다.

    여기에 홍콩H지수 기초 ELS 손실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는 연초 이후 13.29% 급락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만기였던 미래에셋증권의 H지수 ELS 손실률은 56.05%로 확정됐다. 앞서 10일 만기를 맞은 키움증권의 H지수 ELS 손실률(51.72%)보다 더 높아졌다. 두 상품 모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 중 하나로 편입한 상품이다

    ELS의 주요 판매창구인 은행에서도 만기를 맞은 상품들의 손실 규모가 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에서 올해 들어 19일까지 2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12일까지의 원금 손실액이 1067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주일새 1229억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춘절(2월 10∼17일)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수급 불균형 우려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번 주 중화권 증시 변동성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