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엔비디아 효과HBM 매출 본격화3분기 미국서만 11조 훌쩍중국 매출 2조~4조로 뚝"글로벌 전략 새로 짜야할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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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워 미국 고객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5세대 HBM인 엔비디아로의 HBM3E공급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에서 올린 매출이 사상 최대 비중으로 성장해 눈길을 끈다.15일 SK하이닉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미국향(向) 매출 비중은 64%를 기록했다. 전 분기 59% 보다도 5% 포인트(p) 증가한 수치이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17%p 증가한 사상 최대 기록이다.금액으로 보면 지난 3분기에만 미국으로 11조 3271억 원 규모의 메모리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에만 미국시장에서 15조 9787억 원 매출을 올린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들어서자마자 1개 분기만에 상반기 전체 매출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SK하이닉스의 지역별 매출 중에서 미국 매출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핵심 플레이어들이 거의 대부분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미국시장이 HBM을 판매하는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SK하이닉스 미국 매출이 급성장하게 된 비결도 다름 아닌 HBM 덕분이다. 특히 올 3월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 공급을 확정짓고 양산을 시작한 이후 실질적인 공급이 개시된 올 하반기 SK하이닉스 미국 매출이 수직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올 4분기와 내년엔 미국 매출 비중을 더 키울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일단 올 연말에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신제품인 '블랙웰'을 출시하는데 이를 앞두고 4분기에 집중적으로 HBM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게다가 내년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프리미엄 모델과 준프리미엄 모델에선 HBM3E 12단 제품이 처음 탑재될 것으로 보여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8단에 이어 12단 양산에도 가장 앞서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지금과는 또 다른 속도로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반면 과거 SK하이닉스 매출의 양대 축이었던 중국은 저물고 있다. 지역별 매출에서 30%대를 유지하던 중국은 올 2분기 20%대로 내려앉더니 3분기엔 미국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24%에 그치고 말았다.금액으로는 지난 3분기에만 4조 1562억 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 2분기에는 2조 7000억 원대 매출에 그치기도 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중국 매출은 12조 7623억 원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여전히 미국에 이은 2대 시장으로 자리는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중국이 저물고 미국이 핵심 시장으로 떠오른데는 메모리 시장 주요 고객이 'AI'로 변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다. 중국 고객사들은 주로 범용 메모리를 탑재하는 PC와 스마트폰, IT 기기들을 주로 생산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수요가 줄어들고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중국향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반대로 미국은 AI 서버 투자 붐이 일며 HBM과 같은 고부가 메모리는 물론이고 서버향 제품들도 전반적으로 필요성이 커진 시장이다.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사로 이름을 올리던 것과 달리 이제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 CSP(Cloud Service Provider)들이 그 자리를 꿰찬 것으로 분석된다.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중국 첨단 반도체 산업 규제도 SK하이닉스 매출 구조에 변화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에 가동하고 있는 메모리 공장은 미국 규제 영향으로 첨단화를 진행하지 못하다가 올 들어 1a 나노 전환으로 DDR5, LPDDR5 등 제품 양산이 가능하도록 라인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이 확정되면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미국의 압박이 더 거세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앞으로의 중국 전략을 새로 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