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최대 투자 오리온, 담서원 상무 초고속 승진 정당성 입증 과제인천 송도에 30억달러 투입 롯데, 신유열 전무 어깨 무거워3대 차세대 기술 확보 계획 SK바팜, 바이오 전공 최윤정 부사장 역량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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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제약바이오사업을 키워야 하는 중책을 맡은 오너 3세가 많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여기서 성과를 낸다면 경영 승계에도 힘을 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표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바이오텍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오리온그룹의 오너 3세 담서원 오리온 경영관리 담당 상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담 상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오리온그룹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신사업발굴을 총괄하고 있다.오리온그룹이 최근 10년간 단행한 지분 인수를 위한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담 상무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오리온그룹은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3%를 확보하는 데 5485억원을 투자했다.담 상무는 2021년 7월 오리온에 입사한 이후 1년 6개월만에 임원 자리에 올라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오리온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제약바이오사업 육성에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담 상무의 경영승계 과정이 탄탄대로가 될지 결정될 공산이 크다.오리온그룹은 2017년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2019년 주주총회에서 정관 사업목적에 바이오사업 관련 내용을 추가하면서 바이오사업 확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신약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한 오리온그룹의 상황에서 담 상무가 바이오사업 활로를 뚫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셈이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는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뒤 2022년 말 롯데케미칼 상무에 올랐고 이번에 임원에 오르면서 초고속 승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4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 처음으로 임원 자격으로 참석하며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경영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신 전무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롯데그룹이 기존 신성장동력 분야로 꼽았던 분야뿐만 아니라 또 다른 미래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연간 36만리터(ℓ) 규모의 항체의약품을 위탁개발생산(CDMO)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2030년 인천 송도에 바이오플랜트 3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30억달러(4조원)를 쏟아부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부사장도 지난해 12월 그룹 내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입사 6년, 팀장 1년만에 임원 타이틀을 단 최 부사장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명정보학 석사과정을 마쳐 바이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시카고대학교 뇌과학연구소와 하버드대학교 물리화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치기도 했다.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시판 중인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 세노바메이트)의 미국내 처방을 지속 확대하는 것은 물론 뒤를 이을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표적 단백질 분해(TPD)·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차세대 3대 기술 플랫폼으로 꼽고 관련 기술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최 부사장은 바이오를 포함해 첨단소재, 그린, 디지털을 4대 핵심사업으로 꼽은 SK그룹 기조에 발맞춰 SK바이오팜의 성장을 이끈다면 후계구도에서 앞서나갈 수도 있다.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는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로 입사한 뒤 2022년 미국 법인 전략파트에서 근무하다 휴직했다. 미국 원격의료 관련 스타트업 ‘던’에서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장남 최인근씨는 SK E&S에서 일하다 2022년 말 SK E&S의 북미사업 총괄조직인 ‘패스키’로 옮겼다.업계에서는 오너 3세들이 제약바이오사업 전면에 나서게 됨으로써 그룹 내 부족한 부분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고 본다. 내부 동력만으로 성장시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한 분야인 데다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일가에서 직접 투자의 필요성을 체감하면 그룹내 지원도 두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3세들이 미래먹거리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선택하며 총괄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본투자도 염두해두고 있다는 것으로 산업발전 및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침체기를 겪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활기를 띌 수 있는 긍정적인 트리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