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에… 러·중 철수 결단하이브리드·저가형 전기차로 시장 침체 대응사이버트럭에 집착… 실적 갉아먹어'반값' 전기차 대응도 늦어WSJ "정의선의 현대차 참 멋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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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고집과 불통으로 회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반면 정 회장은 과감한 판단력과 유연한 전략으로 회사를 전성기로 이끄는 모습이다.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테슬라는 이달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주축인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합산 매출 262조4720억원, 영업이익 26조7348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14.8%, 56.7% 급등한 수치다.반면 테슬라는 악화일로다. 테슬라의 지난해 매출은 967억달러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108억달러로 같은 기간 23% 감소했다. 테슬라의 역성장에 회사의 주가는 급락해 현재 8개월 최저치를 맴돌고 있다.테슬라 부진의 원인으로 일론 머스크의 ‘고집’이 꼽힌다. 사이버트럭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집착이 화근이 되고 있다. 2019년 공개된 사이버트럭은 사전예약이 200만대에 육박하지만 지난해 말에서야 초도물량 인도가 시작됐을 정도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일론 머스크의 ‘야심작’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의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을 위해 기존 생산라인이 조정되면서 대당 비용이 증가하고, 모델3와 모델Y의 규모의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사이버트럭은 기존 테슬라 모델과 달리 4680 배터리를 탑재하고 특유의 스테인리스 철판을 사용해 기존 생산라인과 호환이 안 된다는 문제가 있다.머스크도 자신 조차도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으로 제 무덤을 팠다”며 무리수를 뒀다고 후회하지만 생산을 강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은 최소 2025년 2분기까지 테슬라의 현금 흐름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예정이다. 사이버트럭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중국 기업 BYD에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이는 부진한 사업장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정의선 회장의 결단력과 대비된다.현대차그룹은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어려움, 중국 시장 부진을 겪자 빠르게 ‘손절’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공장을 매각하고 철수해 손실을 최소화했다.수조 원을 쏟아 부은 중국 시장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현대차는 같은 달 중국 충징 공장을 3000억원에 매각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반값 전기차’ 공세가 격화되면서다. 현대차는 2017년 사드 사태, 코로나 19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한 바 있다. 앞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현대차는 이달 포터2 일렉트릭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포터2 일렉트릭은 승용차를 포함해 전기차 중에서 지난해 국내에서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올해 초 환경부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정이 지연되자 생산을 멈춘 것.전기차 한파에 대응하는 모습도 대조된다. 현대차그룹은 소비자들이 고금리 여파로 비싼 전기차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이브리드를 선호하자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발 빠르게 하이브리드로 전환했다. 또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전기차 시장 둔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반면 사이버트럭에 집중한 테슬라는 대응에 한 발짝 늦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3년 3월 ‘반값 전기차’ 출시를 암시했는데, 실제 양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 한파가 들이닥치자 테슬라는 부랴부랴 내년 6월부터 코드네임 ‘레드우드’로 명명된 반값 전기차를 대량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테슬라의 추락에는 일론 머스크의 ‘오너 리스크’도 작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인공지능 및 로봇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그에게 현재 주어진 테슬라 지분 13%는 너무 적다며 적어도 25%는 돼야 한다고 떼를 쓰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따로 AI 회사를 차리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반면 정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배당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창사 이래 최대 배당을 할 예정인데, 정 회장은 지분승계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고, 주주는 배당금을 넉넉히 챙길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테슬라의 경쟁자로 현대차를 지목했을 만큼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지난 14년간 영업이익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쳤을 정도로 정 회장의 역량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고 밝혔다.